시장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다채로운 지역 문화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마다, 시장마다 각기 다른 모습과 서비스, 차별화 전략으로 인근 지역민은 물론 지친 도시인들의 삶을 위로하는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고의 신선함만이 답이다 - 오스트리아 비엔나 빅터아들러 시장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 10구역에 위치한 빅터아들러 시장은 신선한 과일을 중심으로 야채, 육류, 빵, 화훼 등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최고의 신선함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의 골목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객들로 성황을 이룬다.
빅터아들러 시장은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쳤는데, 판매품목을 구획별로 구분해놓은 것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만들어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도 부담 없이 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고, 장을 보면서도 언제든지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요식업 가게들과 식사용 테이블을 시장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벨베데레 궁전, 카를스 교회 등 수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유물 관광지와 연계된 관광코스라는 점은 덤이다.
■토요일마다 찾아오는 마법의 장(場) - 오스트리아 빈 벼룩시장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케텐브뤼칸가세 역에는 매주 토요일, 벼룩시장이 열린다.
평일에는 옆 골목의 나슈시장의 주차장으로 쓰이는 공간을 토요일에는 빈 벼룩시장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벼룩시장의 풍경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그 품목과 규모가 상당하다. 벼룩시장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누어지는데, 초입의 오른쪽은 사전 등록된 사람들이, 왼쪽은 그 날 찾아온 사람들의 구역으로 정해져있다.
개인이 소지하고 있던 물건부터, 벼룩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사 온 물품들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어 오스트리아만의 전통 있고 특색 있는 물건들을 찾으러 온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벼룩시장의 바로 길 건너에는 나슈 시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두 시장의 차별화가 분명하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전통시장과 벼룩시장을 함께 보기 위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게끔 하는 상생 효과가 나고 있다고 한다.
■작지만 강한 시장 - 독일 뮌헨 파징어 빅투알리안 시장
빅투알리안, 비너, 엘리자베스, 파징어 빅투알리안-. 이 4곳은 뮌헨 4대 시장으로 불리운다.
그 중 파징어 빅투알리안 시장은 400평의 작은 규모에도 편리한 교통과 높은 고객 만족 서비스를 통해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이다.
관리자와 상인들은 제품별 상점 구획분포와 상품진열(MD)에 대한 의견을 수시로 교환하고, 고객들의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함께 고민한다고 한다.
시장 뒤편에 만든 자동화 쓰레기 처리시설과 입주한 점포들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공동 배달 트럭 등이 대표적 사례다.
여전히 상점입주 대기자가 많지만, 가업을 이어서 장사를 하는 가게들도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파징어 빅투알리안 시장에서 파는 모든 품목은 뮌헨시(혹은 인근)에서 재배하고 만들어진 것들로, 시장과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잘 이루어진 모범 사례로 뽑히고 있다.
■세계 최고 시장을 꿈꾸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

스페인을 넘어,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시장인 보케리아 시장은 이미 하나의 장을 넘어선 느낌이다.
방문객 수를 빼고라도, 시장 입구부터 느껴지는 외관 디자인과 각 점포별 상품진열 디자인을 보고 있노라면 왜 보케리아 시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방문객을 자랑하는지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보케리아 시장의 업종은 주로 농, 축, 수산물 점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상품은 최고 품질의 신선도를 자랑하고 있다.
상인들 또한 본인들이 파는 물건에 대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자부심과 책임감이 많은 가게들이 몇 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힘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든 상점에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저울을 배치해 놓았으며, 이는 지역민 뿐 아니라 외부 관광객들도 믿고 물건을 살 수 있는 요건 중 하나가 됐다.
시장의 발전은 시설의 리모델링에 있다는 생각 하에, 시장 뒤편에 대형 주차장을 마련했고, 곧 바닥 공사도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일반인들 대상으로 한 '스페인 전통요리교실'과 학생들을 위한 시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전통시장이 어떻게 지역 사회와의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장의 변신은 무죄 - 스페인 산타 카테리나 시장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에 위치한,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한 때 쇠락한 전통시장이었다. 그러던 1997년 상인들과 지자체는 뜻을 모아 리모델링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드디어 2005년 빅투알리엔 마켓은 현대화 시설을 갖춘 시장으로 탈바꿈된 동시에 대표적인 활성화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시장의 재건축시 외관과 천장의 디자인은 유명 건축 디자이너 Enric Mirralles 와 Benadetta Tagliabue가 맡았는데, 5500mdml 크기의 지분에 32만 5000개의 타일을 사용한 시장 지붕 덕분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선정됨으로서,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특이한 점은 재개발 당시 지하에서 로마시대 유적이 발견되어 작업이 지연된 바 있으나, 협의를 통해 해당 공간을 유적 박물관으로 설치해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했고, 박물관이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 산타 카테리나 시장만의 또 다른 매력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시장에서 구입한 물건을 당일 배송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시장 내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 상점의 3분의 1 이상이 이메일 주문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어 지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대형마트와의 상생 - 스페인 산타마리아 시장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 아르간수엘라 지역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시장은 1940년에 생겨났다.
본래 1935년에 완공됐으나 이듬 해(1936년) 벌어진 스페인 내란으로 인해 1940년이 되어서야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고 한다.
산타마리아 시장은 시장 상인회가 주축이 되어 시정부의 지원으로 2006년 리모델링은 했는데, 대표적인 현대화 시설로는 화재방지 시스템, 냉난방 시스템, 장애인 편리시설, 내외벽 강화 등이 있다.
산타마리아 시장을 방문하면, 바로 위 2층에 대형 슈퍼마켓이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데, 시장 상인들은 서로 판매제품군을 보완하여 이 곳을 찾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선한 식재료를 비롯한 농·축·수산물은 기업화 되어있는 대형마켓보다, 자신이 파는 물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자긍심이 있는 시장상인들에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였다.
■100년 시장의 비밀 - 스페인 산 미구엘 시장

스페인 마드리드 구시가의 중심 마요르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산 미구엘 시장은 1916년 개장한 이후 100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시장이다.
1990년대까지는 재래시장의 모습으로 유지되어 왔으나 현대화된 대형마트들과의 경쟁에 밀리며 점차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자, 1999년 마드리드 시청이 대대적인 자본을 투자해 2009년에 현대화 시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산 미구엘 시장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리모델링 당시 무조건적인 현대화는 옳지 않다는 판단 하에 지붕과 기둥은 그대로 남기고 20세기 초반의 철제 건축물 구조는 유지,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교체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느낌의 관광명소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고 한다.
한 때는 과일과 채소를 파는 청과물 시장으로 '스페인 3대 전통시장'에 선정됐으나, 지역 특성화 전략으로 현재는 음식 위주의 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 마드리드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꼭 한 번씩 들리는 관광명소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산 미구엘 시장은 일반적인 관광지 음식점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1유로부터 즐길 수 있는 저렴하면서 다양한 음식들을 판매하고, 완제품 요리를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점포가 해당 음식의 조리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오픈형 주방을 구비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페인은 국가적 특성에 따라 저녁 9시쯤에 저녁식사를 함으로서 대부분의 시장은 그 전에 문을 닫지만, 산 미구엘 시장은 밤에도 음식과 맥주를 즐기러 온 많은 관광객들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한다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다.
■품질에 대한 신뢰 - 스페인 메르까마드리드 도매시장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마르까마드리드 도매시장을 찾아가면, 고속도로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톨게이트가 나온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하나의 마을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끝이 안 보이는 품목별 도매시장 건물과 상인들을 위한 건강센터, 병원, 기숙사, 은행, 호텔, 주유소, 어린이집 등 시장을 돌아다니다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메르까바르나와 함께 스페인 최대 규모의 식품물류업체로 뽑히는 메르까마드리드 도매시장은 해산물, 육류, 과일, 야채 등으로 건물이 나누어져 있고 도매상뿐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찾아와 물건을 살 수 있다.
1975년 완공 이후 기존 마드리드 레가스피 가축시장과 농산물 시장의 역할을 대체했고, 1982년 수산시장을 시작으로 점차 규모를 늘려 1999년에 육류시장까지 개장함으로서 4만㎡가 넘는 면적으로 확장, 현재 800개가 넘는 업체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대부분의 시장 상인들은 자신의 점포에 '메르까마드리드'물건을 가져왔다는 스티커를 붙여 놓았고, 현지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품질과 신뢰성 부분에도 언제나 빠지지 않던 단어가 바로 '메르까마드리드'였다.
메르까마드리드 시장 관계자들과 입점해 있는 시장 상인들은 하나같이 당연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는데, 그 것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모든 품목은 생산지부터 이 곳 메르까마드리드까지 원스톱 공개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고 있었고, 관련 기관의 승인 없이는 절대 이 시장에 들어올 수 없도록 엄격한 기준이 법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메르까마드리드 시장은 상인들에게도 신뢰를 주고 있는데, 새벽 4시부터 몰리는 고객들로 인해 피곤한 상인들을 위한 기숙사가 따로 마련된 것은 물론, 각 점포마다 2층에 별개의 공간을 마련하여 그 곳을 쉼터 및 개인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스페인'바르셀로나 전통시장 관리 기관'

IMMB(Instituto de Mercados Municipales de Barcelona)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청 산하의 '바르셀로나 전통시장 관리 기관'이다.
바르셀로나 시의 모든 전통시장을 관리·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전통시장 시설 및 운영 현황 파악, 대화를 통한 서비스 향상, 시장점유율 유지, 다양한 상품군 형성, 일괄된 상권 규정 등을 설립 주요 목적으로 잡고 있다.
IMMB의 총괄 디럭터인 Sr. Jordi Torrades는 기관의 모토를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21세기 형 전통시장 모델 구축'이라 말한다.
그 첫 번째로 시장별 리모델링 사업을 최대 현안으로 뽑았다.
리모델링의 대표적 사례로 산타 카테리아 시장과 산 안토니오 시장을 들며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시장 상인들의 의견을 파악하고 그 것을 수렴해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 안토니오 시장의 경우, 2014년 완공을 목표로 두었지만 공사과정에서 로마시대 유적들이 발굴되어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완공을 2017년으로 늦추었고, 길어진 공사 기간에 불편함이 없도록 기존 상인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주어 장사를 계속 할 수 있게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사업 이외에도 캠페인과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캠페인의 경우 각 시장에 대한 캠페인이 아닌, 포괄적 관점에서 전통시장 자체에 관한 캠페인을 주로 진행한다고 한다.
대표적 캠페인 문구로는 '믿을 수 있는 시장, 현대화된 시장, 마을과 이웃을 위한 시장'등이 있다.
포괄적 관점에서의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에 있어서는 '이 시장은 이것이 좋습니다'라고 광고하는 것보다 백화점, 대형마트가 아닌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기 위한 원론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과, 바로 그 것이 전통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성과 당위성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시장이야말로 믿을 수 있는 물건을, 믿을 수 있는 전문가가, 그 어느 곳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에게 전달한다'는 기본적인 믿음이야말로 전통시장 활성화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어린 아이들부터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을 상대로 좋은 상품을 고르는 법, 장을 보는 올바른 방법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페인 전통시장에 대해, 다른 국가에 비해 짦은 영업시간, 기업가 정신, 새로운 고객층의 유입(이주민 등) 등의 부분을 극복해야 할 약점으로 잡고 거기에 맞는 대책마련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진공, 한국형 글로벌 명품 시장 조성
올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전국 10개 시장을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선정해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표 관광지이자 복합문화공간이 되게끔 육성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관계자들은 이번 해외 우수 전통시장 탐방을 통해, 이들의 장점을 비교·분석해 한국의 글로벌 명품시장에도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 수립과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진정한 글로벌 명품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국가와 기관, 상인과 지역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상생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끊임없는 노력과 협력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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