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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그림으로 소통한 자폐아 딸, 그 6년의 기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8 17:00

수정 2016.07.28 17:00

아이리스
아라벨라 카터-존슨 / 엘리
[책을 읽읍시다] 그림으로 소통한 자폐아 딸, 그 6년의 기록

"내가 너를 지켜줄께". 이 책은 누군가를 지켜준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그림으로 침묵의 문을 연 작은 아이의 이야기기도 하다. 빛과 색이 가득한 그림은 자기 자신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고통받는 아이리스의 마음을, '평화'라는 의미의 고양이 툴라는 혼자만의 세계로 숨는 아이리스의 곁을 지켰다.

아이리스의 엄마인 저자는 그녀의 '다름'을 지켰고, 친구와 가족과 사회는 희망과 절망을 반복하는 그들 가족의 삶을 지켜줬다.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안에 존재하는 어떤 잠재력은 누군가가 곁을 굳건히 지켜줄 때 폭발적으로 발현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만 두 살때 자폐 판정을 받은 여섯살 아이리스는 '리틀 모네'로까지 비견되는 맑고 평화로운 그림을 그려낸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들이 화폭에 펼쳐진 아이리스의 그림은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마냥 갇힌 듯했던 아이리스가 느끼는 바깥 세상은 그렇게 맑은 것이다. 태어난 후 얼마되지 않아 자신의 세계에 갇힌 아이리스가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수단이 그림이다. 자연 속에서 가장 행복했던 아이리스는 그 느낌을 붓 끝에 담아내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아이리스의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그림을 시작하면서 아이리스는 웃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숨어 있는 재능이 움을 트면서 닫혀 있는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린 셈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리스와 고양이 툴라와의 교감이다. 작은 고양이 툴라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아이리스의 충직한 친구가 되어 줬다. 그 작은 생명체가 꽉 막힌 듯했던 아이리스와의 소통의 문을 열어준 것은 감동적이다. 툴라는 잠 못 드는 아이리스를 달래며 재우고 물을 거부하는 아이리스와 함께 욕조를 들어가고, 손가락으로 바람을 느끼고 싶은 아이리스의 뒤에서 자전거도 탔다. 아이리스는 툴라라는 작은 친구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 엄마인 저자가 아이리스와 함께한 6년의 시간을 자신이 찍은 사진과 아이리스가 그린 그림과 함께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자폐아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현실적 고통도 가감없이 보여줬다.
굳게 닫힌 아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한 6년을 읽고 있노라면,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자문하게 된다. 더불어 아픈 아이가 아니더라도, 내 아이의 다름을 얼마나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는지도 뒤돌아보게 된다.
아이리스의 천부적 재능의 발견은 결국, 엄마와 가족을 비롯한 주변 환경이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존재가 가치를 받아들였기 때문은 아닌지 말이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