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비엔날레의 계절, 도심은 미술관으로 변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0 17:27

수정 2016.08.10 22:16

SeMA 미디어시티 서울, 내달1일 개막 시작으로 亞 최고 광주 비엔날레
역대최대 부산 비엔날레 등 전국서 잇따라 관객맞이
90년대 이전 韓中日 작품.. 제3세계 작가의 현대미술 등 폭넓은 작품 감상할 기회
미디어시티 서울에 참가하는 피에르 위그의 '휴먼 마스크
미디어시티 서울에 참가하는 피에르 위그의 '휴먼 마스크

부산비엔날레에 전시되는 일본 작가 시노하라 우시오의 '기생'.
부산비엔날레에 전시되는 일본 작가 시노하라 우시오의 '기생'.

더워도 너무 덥다. 가을이 기다려진다.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의 가을은 비엔날레의 계절. 9월부터 크고 작은 비엔날레들이 잇따라 개막해 11월까지 이어진다. 이탈리아어로 비엔날레는 '2년마다'를 뜻하는데 현대미술에서는 격년제 국제 미술 전시회를 일컫는 말로 굳었다.

규모도 크지만 실험적인 작품들과 세계 현대미술의 동향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다. 국내 양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를 비롯해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시티 서울 2016' 등이 각각의 영역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이 밖에도 창원 조각비엔날레(9월 22일~10월 23일)와 대구사진비엔날레(9월 29일~11월 3일) 등 각각 조각과 사진에 특화된 비엔날레까지 전국적으로 미술 잔치가 펼쳐진다.

■'신진.여성.제3세계' 균형 감각 추구

포문을 여는 건 내달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SeMA)의 '미디어시티 서울 2016'이다. 서소문 본관과 남서울생활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등 서울 곳곳에서 열린다. 9회째를 맞는 올해 제목은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다. 일본 시인 다니카와 �타로의 시 '20억 광년의 고독'의 시구를 차용했다. 상상 속 화성인의 언어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언어 또는 미지로 남아있는 과거나 현재의 언어를 표현한 것이다. 전쟁, 재난, 빈곤 등 원치 않는 인류의 유산을 어떻게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의식을 담았다.

23개국 61팀이 참가한다. 국내 작가로는 김희천, 이미래 등 젊은 작가부터 최고령 참여작가인 한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해외 작가로는 2002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휴고보스상을 수상한 피에르 위그와 올해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여작가인 에두아르도 나바로 등 세계 현대 미술계의 유명 작가들이 참여한다.

올해는 젊은 작가와 여성 작가의 비율을 높이고 신작의 규모도 확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제3세계 작가에 주목한 것도 동시대 미술의 경향을 좀더 폭넓게 바라보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비엔날레, 글로벌 이슈 고민

미디어시티 서울 개막 다음 날은 광주비엔날레가 문을 연다. 11회를 맞은 광주비엔날레는 아트넷이 선정한 세계 5대 비엔날레이자 아시아 최고의 비엔날레로 자리잡았다. 올해의 주제는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다. '제8기후대(氣候帶)'는 지구상의 일곱 기후대와 달리 감각 혹은 지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넘어 기존의 관념과 이해의 방식을 뛰어넘는 예술의 역할을 모색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를 위해 37개국 99팀이 모여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글로벌 이슈를 들여다 본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지에서 주제전시와 협력전시 등이 개최된다.

세계적인 비엔날레인 만큼 현대미술계 스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2011 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 및 2010 상파울로비엔날레 참여작가 도라 가르시아, 2015 베니스비엔날레를 비롯해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전시를 연 필립 파레노, 2003 베니스비엔날레와 2012 카셀도큐멘타 참여작가 왈리드 라드 등이다. 2013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받은 정은영과 옥인 콜렉티브의 멤버 이정민 등 국내 참여 작가의 면면도 화려하다.

■잊혀진 아시아3국 실험미술 조명

9월 3일부터는 부산비엔날레다. 11월 30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F1963)에서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 공론장'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전시 규모면에서 역대 최대다. 35개국의 160명 작가가 참여해 8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2014년 특별전 개최지로 F1963의 일부를 사용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1만6000㎡(약 4840평) 전체 부지를 사용해 전시 공간이 2배 이상 커졌다.

이번 비엔날레는 한.중.일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프로젝트 1에서는 상대적으로 간과됐던 1990년대 이전 아시아 3국의 자생적 실험 미술을 반추한다. 중국은 문화대혁명부터 천안문사태까지 저항과 갈등의 시기를, 일본은 히로시마 원폭 이후부터 1980년대 말까지의 전위예술 등을 다룬다.
한국은 1960~80년대 실험 미술 중 개념예술, 미디어 등 단색화나 민중미술에 가려졌던 영역을 조명한다. 프로젝트 2에서는 다중지성이 모여 현대미술의 공론의 장을 만드는 비엔날레의 역할과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프로젝트 3에서 학술 행사, 공연,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글로벌 비엔날레 시스템 이전과 이후의 관계에 대해 논의한다.
윤재갑 전시감독은 "전 세계 미술사에서 빠져있었던 한국, 중국, 일본의 전위미술을 복원하는 데 이번 전시의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