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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서세옥 '사람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1 17:21

수정 2016.08.11 17:21

선과 선, 점과 점의 반복… 인간의 형상
[그림산책] 서세옥 '사람들'


1940년대 이래 수묵화의 세계화를 이끌어온 산정 서세옥(87)의 작품들은 흰 바탕에 검은 먹선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추상적인 화면이 특징이다. 한국 전통회화를 재해석해 수묵의 번짐과 농도를 이용한 추상적 기호를 구상한 그는 1970년대 말부터 '인간'이라는 주제로 대표작 '사람들' 연작을 시작해 인간의 본질에 집중하며 한국 현대 동양화의 한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함축적이고 단순화된 인간의 형상과 마디마디로 분절되는 선과 선의 이음, 그리고 절제된 점과 점의 반복으로 일률적이나 일률적이지 않은 특유의 리듬을 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람의 무리는 즉흥적인 기운이 더해져 흐려지는 듯하다가도 짙어지고, 펼쳐지는 듯하다가도 수렴하는 불규칙적인 반복이 단순한 이미지 패턴을 넘어 즉흥적인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서세옥은 일찍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림의 출발이 그렇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출발점에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거대한 원이 된다. 그 안에 또 점을 찍어서 좌우로 나누면 공정하게 둘로 갈라진다. 남자와 여자, 밤과 낮, 삶과 죽음, 모든 것이 탄생한다.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면 우주가 꽉차고 불러들이면 다시 점 하나가 된다. (결국 나의 그림은) 철학적이고도 정신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수묵화의 현대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한국계 미술사학자 조앤 기(미 미시간대 미술사 교수)는 "먹을 바탕으로 한 표현법을 고수하며 수묵의 무한한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는 서세옥은 가장 컨템포러리한 한국 미술가 중 한명임을 정당하게 입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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