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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일본의 종전기념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4 17:10

수정 2016.08.14 17:10

4000만~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이었다. 그 전쟁의 종료를 기념하는 방식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서방에서는 독일이 항복한 날이 승전기념일이다. 영국, 프랑스 등은 5월 8일을 기념한다. 러시아의 승전기념일은 5월 9일이다.

매년 이날이 오면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펼친다.

아시아에서 승전기념일은 일본이 항복한 날이다. 1945년 8월 14일 어전회의에서 쇼와 일왕은 항복을 결정한다. 그 내용이 육성방송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발표된 것은 다음 날인 8월 15일이다. 이어 9월 2일 미국 전함 미주리호 함상에서 항복문서에 조인한다. 미국은 이날을 대일전쟁 승전기념일로 한다. 중국은 그 다음 날 문서를 접수한 당시 대만정부가 기념해온 역사를 이어받아 9월 3일을 승전기념일로 삼고 있다. 중국은 특히 지난해부터 이를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가졌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한 바 있다.

한국은 승전기념일이 없다. 그 대신 8월 15일을 광복절로 기념한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한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도 승전기념일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했던 1941년 12월 10일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일 선전포고를 했다. 이후 미국과 중국 국민당의 지원 아래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다. 우리도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의 기쁨만이 아니라 승리의 기쁨도 당당하게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게 8월 15일은 패전일이다. 일본은 1952년 각료회의에서 이날을 '종전기념일'로 지정했다. 이후 1984년 '전몰자를 추도하고 평화를 기념하는 날'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인들은 '종전기념일'로 부른다. 일본인들은 이날 특별한 행사를 갖지는 않는다. 오히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8월 6일과, 나가사키에 투하된 8월 9일에 원폭 피해자 추모와 평화 기원 행사를 대대적으로 갖는다.

일본은 8월 15일을 수치스러운 날로 인식하는 것 같다. 가해자로서의 반성이나 패전국으로서의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번에도 태평양전쟁의 1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주변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일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8.15는 그냥 잊고 싶은 날인 듯하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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