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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쉬운 은메달? 올림픽 정신은 메달을 가리지 않는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1 17:22

수정 2016.08.21 22:11

올림픽 순위와 올림픽 정신
금메달順? 메달 개수順? 나라마다 집계방식 달라
IOC는 순위 발표 안해.. 순위집착이 선수들 옥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쉬운 은메달? 올림픽 정신은 메달을 가리지 않는다

■메달의 색깔이냐, 개수냐

2016 리우올림픽 폐막이 다가오면서 각국의 막판 메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어느 나라가 금메달을 몇 개나 땄는지를 헤아리며 순위 매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 과정에서 메달 색깔이 우선이냐, 메달 개수가 우선이냐 하는 문제로 논란이 뜨겁다.

폐막을 하루 앞둔 20일(현지시간) 현재 한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종합순위 8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메달 개수로 치면 호주(29개), 이탈리아(26개), 캐나다(22개) 등에 뒤져 11위로 밀려나게 된다.

정답은 없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별도의 순위를 발표하지 않는다. '지구촌의 축제'에서 결과는 중요치 않다는 뜻이다. 국가 간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다. 개최국 올림픽조직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순위를 발표한다. 다만, 순위를 가리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는 금메달 개수로 등수를 따진다. 금메달 수가 같으면 은메달 수를, 은메달까지 같으면 동메달 수를 따진다. 은메달이 아무리 많아도 금메달 하나를 이길 수는 없다. 이와 달리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은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메달 개수로 순위를 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의 한 웹사이트는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순위를 제시한다. 많은 인구와 부를 지닌 국가가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순위를 매기지 않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들은 순위에 신경을 쓴다. 엘리트체육을 강화하면서 메달의 색깔과 메달 수에 집착하는 나라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영국과 일본이다. 영국은 지난 4년간 올림픽 메달 유망주들의 훈련에 총 3억5000만파운드(약 4945억원)를 투자했다. 일본은 지난해 5월 장관급의 스포츠청을 신설하고,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예산을 대폭 늘렸다.

모든 메달을 똑같이 평가할 수도 없다. 선수들의 성취동기나 경쟁심리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오랫 동안 준비해온 선수들이 메달에 연연하는 것은 당연하다. 2등, 3등보다 1등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야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금메달 10개 이상 획득-종합순위 10위 이내'였다. 선수들의 실력을 오로지 '금메달' 가능성으로만 평가하고, 종목별로 획득 가능한 금메달 개수만을 따진 것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금메달만 알아주는 분위기에 대해 불만이 쏟아진다. 과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의 이름은 기억하지만 은메달리스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아쉬운 은메달'이라거나 '동메달에 그쳤다' 등을 제목으로 올리는 언론의 성적 지상주의도 선수들을 옥죈다.

선수들 입장에서 메달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금전적인 혜택에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연금을, 문화체육관광부는 포상금을 준다. 금메달리스트에게는 월 100만원의 연금과 포상금 6000만원이 주어진다. 은메달리스트에게는 연금 월 75만원과 포상금 3000만원, 동메달리스트에게는 연금 월 52만5000원과 포상금 180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여기에 남자 선수들은 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다.

전 교수는 "금메달을 못 따거나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가장 아쉬운 것은 선수 본인"이라며 "대중들이 이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여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리우올림픽 성화 점화자였던 반델레이 리마는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에서 선두를 달리다 관중의 습격을 받아 넘어졌다.
페이스를 놓쳤지만 그는 끝까지 달렸고, 미소를 띤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료들이 명예 금메달을 주려했으나 그는 "동메달이 더 마음에 든다"며 거절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신현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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