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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MI6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2 16:56

수정 2016.08.22 16:56

세계 각 나라마다 비밀정보기관이 있다. 냉전시대에는 목숨을 건 정보전이 전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기관도 음지에서 양지로 향하고 있다. 더 이상 비밀기관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런 정보기관이 없어질 리 없다.

정보 전쟁은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런던 주재 태영호 북한 공사의 귀순에도 영국과 미국의 정보기관이 긴밀한 작전을 벌여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우리 정보기관이 관여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번에 주도적 역할을 한 정보기관은 영국의 MI6.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스파이로 등장한 바로 그 기관이다. 정식명칭은 SIS(Secret Intelligence Service)이다. 1912년 창설된 MI6는 군사정보부 제6부대(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6)를 줄인 말에서 유래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미국 중앙정보국(CIA),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와 함께 3대 비밀정보기관으로 손꼽혀 왔다. 역시 정보기관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스라엘 모사드가 국방부 소속인데 반해 MI6는 외무부 소속이다.

MI6의 존재는 영국 안에서도 쉬쉬해 왔다. 비밀기관의 특성을 고려해서다. 최대의 라이벌이자 공작대상이었던 KGB가 소련의 해체로 약체화되면서 MI6도 그 조직과 기능이 일부 축소 조정됐다. 지난 1992년 존 메이저 전 총리가 비밀스러운 영역으로 남아 있던 MI6를 정부 조직으로 공식화한 게 그렇다. MI6는 태영호 공사의 망명에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의 일요판인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21일(현지시간) 태 공사 가족이 영국과 미국 정부의 협조 아래 영국 공군기로 독일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태 공사의 망명 의사를 확인한 영국 외무부는 미국 정보당국에 알렸고, 워싱턴의 소수 고위관계자들이 즉시 영국으로 날아갔다. 태 공사 가족은 영국 공군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독일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갈아 타고 귀순했다.


태 공사의 망명은 마치 영국 스릴러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박했다는 게 이 신문의 보도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다.
정작 태 공사와 가족들은 얼마나 초조했을까. 죽어도 북한 땅은 밟기 싫었을 터. 오늘날 북한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듯하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