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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벽화를 보며, 박경리 선생의 글귀 읽으며 서피랑 99계단을 올랐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5 17:11

수정 2016.08.25 17:11

삼면이 바다, 축복받은 땅 통영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동피랑 벽화마을 건너편 서피랑
박경리 작가가 태어나고 소설 '김약국의 딸들' 배경이며..
윤이상 작곡가의 유년시절 서피랑 곳곳에 묻어있어
통영을 사랑했던 시인 백석..골목 어귀서 그의 詩想 느껴져
서피랑은 아름다운 통영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영 구도심의 중심지로 행정구역상으로는 '통영시 명정동'이다. 서피랑으로 오르는 99계단에는 통영 출신인 박경리 작가와 윤이상 작곡가를 상징하는 책과 나비가 그려져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서피랑은 아름다운 통영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영 구도심의 중심지로 행정구역상으로는 '통영시 명정동'이다. 서피랑으로 오르는 99계단에는 통영 출신인 박경리 작가와 윤이상 작곡가를 상징하는 책과 나비가 그려져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 통영(경남)=조용철기자】 한반도 남쪽 중심부 고성반도 끝에 위치한 한려해상국립공원 심장부에 경남 통영이 있다. 통영은 산수풍광이 빼어나고 기후도 좋아 예로부터 축복받은 고장으로 알려졌다.

통영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고 바다엔 57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있어 경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기후를 갖고 있다.

또 통제영 300년의 유서깊은 역사도시이며 걸출한 예술인을 대거 배출한 예향의 도시다. 청정바다에서 나는 싱싱한 생선회를 비롯한 독특한 향토음식은 관광객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한려수도의 빼어난 비경을 한눈에

통영항 남쪽 미륵도 중앙에 우뚝 솟은 산이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인 미륵산이다.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이용해 미륵산에 오르면 '동양의 나폴리'라는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으면 일본 대마도, 지리산 천왕봉, 여수 돌산도가 다 보일 정도로 탁월한 전망을 자랑한다.

한려수도의 대표적인 섬 가운데 하나로 옛날 왜적의 침략에 산정에서 불을 피워 연기로 위급함을 알렸던 연대(烟臺)가 설치된 것에서 유래된 연대도에선 섬 주변의 넉넉한 수산자원과 수려한 풍광, 신석기 시대의 흔적인 패총을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파도에 밀려와 쌓인 100m 남짓한 길이의 몽돌해수욕장과 그 옆 바위 절경 아래로 나란히 있는 새끼 몽돌해수욕장은 아주 작지만 바위해변이 양쪽에서 바람을 막아줘 아늑하다.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까지 이동하는 데크길에서 바라본 바다 풍광도 일품이다. 만지도는 인근의 다른 섬에 비해 비교적 늦게 사람이 입주한 섬이라는데서 유래해 '늦은섬'이라고도 하며 만지도(晩地島)는 이를 한자로 풀어 쓴 지명이다. 섬의 형상이 지네와 같이 생겼다고 해서 만지도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다.

만지도 동쪽은 암석해안을 이루고 있고 우럭, 참돔, 감성돔, 농어 등의 어종이 다양하며 갯바위 뽈락 낚시 장소로도 유명하다.

통영엔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통영에서 충무김밥과 꿀빵은 원조가 별 의미 없다. 충무김밥은 뚱보할매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아무 데서나 사먹어도 그 맛은 변함 없다.

1960년대 밀가루가 풍부해지던 시절에 처음 등장한 꿀빵은 밀가루 반죽에 팥앙금을 넣고 튀긴 도넛에 꿀 쬐끔 섞인 물엿을 입혀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통영꿀빵의 원조는 오미사꿀빵이다. 현재 본점은 창립자인 고 정원석씨의 부인이, 2호점은 둘째아들이 운영 중이다. 통영 '빼떼기죽'도 한번 먹어볼만하다. 빼떼기죽은 말린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죽'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통영을 대표하는 먹거리들. 왼쪽부터 오미사꿀빵, 통영생선구이정식, 충무김밥.
통영을 대표하는 먹거리들. 왼쪽부터 오미사꿀빵, 통영생선구이정식, 충무김밥.

■통영의 숨겨진 보석, 서피랑을 아시나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통영의 관광지인 '동피랑 벽화마을'의 건너편엔 '서피랑'이란 지명의 얕은 언덕과 그 아래 자리 잡은 마을이 있다. 서피랑은 통영성의 서쪽 비랑(벼랑)지대를 일컫는 말로 통영사람들은 이 지역을 '서팬' '서면' '명정골' 또는 '서피랑 먼당'이라고도 불렀다.

서피랑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었던 세병관과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렬사 앞자락에 위치해 있다. 서피랑 꼭대기에 위치한 '서포루'에서 통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도심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고 현재 행정구역상 '명정동'으로 분류돼 있다.

통영은 어업을 바탕으로 한 수산업의 발달로 경제적 성장을 이뤘고 이를 통해 명정동 역시 한때 역사적 황금기를 누렸다. 명정동 주변은 수산업에 종사하는 선원들, 그리고 항구와 시장의 상인들과 일꾼들, 여객선을 타고 오가던 사람들로 붐볐는데,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레 상권과 주택가가 형성되고 번성했다.

그러나 명정동은 세월의 흐름에 따른 주요 산업의 흥망성쇠, 상권과 도심의 이동으로 점차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곳을 찾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점점 끊기면서 현재는 어둡고 습한 달동네와 뒷골목 마을로 전락했다.

김용우 명정동주민센터 동장은 "명정동은 쇠락했고 황금기를 누리던 사람들은 이젠 나이가 들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주민들의 활력을 바탕으로 숨쉬고 있는 마을"이라며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역사와 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은 이야기가 보석처럼 숨어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박경리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이자,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윤이상 작곡가의 유년시절 추억이 서피랑 곳곳에 묻어 있다. 비록 통영 출신은 아니지만 통영을 사랑했던 시인 백석의 시상(詩想)은 골목어귀를 지날 때마다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서피랑은 최근 들어 도심 재생에 초점을 맞춘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통제사가 제사를 지냈다는 뚝지먼당으로 오르는 99계단이 유명하다.
이 계단엔 윤이상 작곡가의 음악과 박경리 작가의 문학을 상징하는 책과 나비로 채색했고 계단 위쪽 벽면엔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로포즈할 수 있는 장미 꽃다발 벽화가 장식돼 있다.

ycch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