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위해 '디폴트 옵션' 도입해 달라"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1 14:44

수정 2016.09.01 14:44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90% 이상인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해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운용회사가 자동으로 가입자의 성향에 맞는 적당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말 퇴직연금 총 적립금 126조5000억원 가운데 114조5000억원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적금에 투자한 자금만 해도 58조4320억원이나 되지만 운용성과에 따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에 가입한 금액은 9조3405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7.4%에 불과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비중은 지난해 말 89.2%에서 더 높아졌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익률이 낮은 상품에만 투자하면서 퇴직연금만으로는 적정한 노후 소득을 충당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45개 사업자의 퇴직연금 담당임원들과 함께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를 열고 퇴직연금의 역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미국·호주에서 안착한 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가입자가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개인에게 운용 책임이 있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 가입된다. 호주는 가입자가 퇴직연금 기금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기업이 정한 기금에 가입하고, 가입 후 운용방법을 선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디폴트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디폴트 옵션 도입이 연금수령비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사업자들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방법을 다변화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 제도 도입을 서두를 것을 건의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맡길만한 상품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금감원은 가입자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립금 운용상품을 제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고객별 수요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것을 당부했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신뢰도 제고도 과제다. 금감원은 "사용자·가입자별 특성에 맞는 운용방법을 매 반기 1회 이상 서면이나 전자우편으로 전달하는 등 운용방법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연금 수급요건을 충족하는 가입자 중 연금으로 수령하는 계좌는 1.7%, 금액 기준으로도 13.3%에 불과한 상황이다.


업계 대표자들은 "연금수령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득세 감면 혜택 폭을 높이는 등 세제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정 한도 내에서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잔여 적립금은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중도인출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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