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016 美 대선] 트럼프, '지지층 결집' 위해 강경 이민정책 재강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1 16:09

수정 2016.09.01 16:09

【서울·뉴욕=이병훈 기자 정지원 특파원】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강경 이민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후보가 하루 사이 멕시코 정상과 만나고 미국 애리조나를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이민자 무관용 원칙을 또다시 강조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N,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이민정책 연설에서 "대통령이 된 첫날,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를 쫓아내는 일부터 하겠다"며 초강경 이민정책 10개 항을 발표했다.

그는 불법이민 방지 대책으로 멕시코 접경지역에 '거대 장벽' 건설, 이민심사에서 사상검증 실시, '불법이민 추방 태스크포스' 설치 등을 제시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이번 투표는 국경을 강화해 불법 이민을 멈추고, 법을 정비해 미국인의 삶을 증진시킬 마지막 기회"라며 강경 이민정책 기조를 재강조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에 대해 현지 언론은 '내부 결집용'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막말 등에 대해 사과하거나 발언을 취소하는 행보를 보이며 주춤하자, 다시 한번 '거대 장벽 카드'를 꺼내 지지층의 지지를 호소했다는 것이다. 멕시코 국경에 거대 장벽을 건설하는 것은 그가 경선 당시부터 강조해 오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USA투데이는 "거대 장벽은 트럼프 후보의 '히트 상품'이 됐으며, 미국 국경을 지켜줄것 같은 감정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피닉스 연설은 그의 선거캠프를 채찍질하는 짧은 고함소리일 뿐"평했다. CNN도 "폭넓게 지지층을 넓히기보다는, 그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준 지지층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강경 일변도인 이민 정책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CNN은 미국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비판하며 "그가 대통령이 되면, 1100만명의 죄를 짓지 않은 불법 이민자들은 합법적인 기회를 절대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대 장벽 건설 비용에 대한 갈등은 더 커졌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같은날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니에토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장벽 설치 비용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니에토 대통령과 장벽 설치 비용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닉스 연설을 통해 멕시코가 장벽 설치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니에토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와 장벽 설치 비용에 대해 논의했으며 나는 멕시코가 장벽 설치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미 언론은 트럼프의 이번 멕시코 방문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의 방문 결과 국경의 장벽 설치비용을 둘러싼 잡음만 생겼다며 "장벽 비용 부담과 관련한 논쟁이 트럼프의 멕시코 방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트럼프의 이번 멕시코 방문은 특별하게 의미 부여를 할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방문에 대해 트럼프가 니에토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친구"라고 부르는 장면을 통해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후보가 아닌 대통령급 존재로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도 "이번 방문은 트럼프가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주장을 반박하고, 정치인스러운 광채를 내기 위한 분명한 의도 하에 이뤄졌다"며 "트럼프 캠프는 해외 지도자와 함께 서있는 그의 모습에 기뻐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bhoo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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