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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이치방크-코메르츠방크 합병 논의 무산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1 16:11

수정 2016.09.01 16:11

독일 양대 시중은행인 도이치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 논의가 최근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 합병 필요성은 충분했지만 두 은행 모두 당장 처리해야 할 내부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두 은행 경영진들이 올해 8월 들어 2주간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합병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에는 존 크라이언 도이치방크 최고경영자(CEO)와 마르틴 질케 코메르츠방크 CEO 등 핵심 임원들이 직접 관여했다. 양측은 사전 논의에서 지금은 합병 같은 대규모 거래를 하기는 두 은행 모두 처리할 내부 문제가 있다며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재 두 은행은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의 저금리 기조와 규제 강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대적인 구조개편을 앞두고 있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주가는 지난 한 해 동안 각각 50%, 40% 가까이 폭락했다.

도이치방크의 경우 지난해 급격한 수익 악화로 자회사 포스트방크를 매각하는 동시에 회사 전체적으로 2020년까지 15%의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는 투자은행 자산 규모를 2018년까지 17% 줄이고 총 2만3000명을 감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질케CEO는 지난 5월에 취임해 당장 올 가을까지 새로운 경영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두 은행은 이번 합병 무산소식에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크라이언 CEO는 31일 발표에서 현재 독일 내에서 사업파트너를 찾을 생각이 없으며 당장 구조조정이 급하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독일 은행산업은 유로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2014년 기준으로 상위 5개 은행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쳐봤자 32%에 불과하다.
크라이언 CEO는 이와 관련해 "독일에는 스페인이나 프랑스, 북유럽과 달리 은행이 너무 많다"며 "대규모 합병이 없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저하되고 경쟁과 가격 압박이 커졌다"고 불평했다. 반면 게오르그 파렌쇤 독일 저축은행협회 회장은 "근본적인 수준에서 은행들간의 합병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FT 보도당일 오후, 유럽증시에서 도이치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주가는 각각 2.9%, 3.6%씩 상승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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