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출.투자 성장엔진 멈춰 믿을 건 소비뿐 저출산.고령화 해결해야"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2 17:50

수정 2016.09.02 20:19

박승 前 한국은행 총재 경제 이끌 내수증진 위해 가계소득 늘릴 방안 필요
"수출.투자 성장엔진 멈춰 믿을 건 소비뿐 저출산.고령화 해결해야"


"과거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과 투자라는 성장엔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경제를 끌고 갈 수 있는 건 소비밖에 없다. 가계소득을 올려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선성장.후복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성장과 복지를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사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넘쳤다. 박 전 총재는 이날 시종일관 강한 어조로 고질적 수출부진, 저출산.고령화, 복지수준 저하 등 우리 경제 곳곳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에 대한 조속한 해법 마련을 주문했다. 우리 경제가 다시 3%대 성장세로 돌아서기 위해선 수출.투자가 주도하는 경제에서 벗어나 소비라는 성장엔진을 장착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 전 총재는 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한국경제 성장환경 변화와 정책대응'을 주제로 조찬강연을 했다. 이번 강연은 한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비공개로 열렸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4년간 한은 총재직을 수행한 박 전 총재는 어느 총재보다도 시장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 것으로 유명했다. 최근에도 '한국경제 위기와 구조개혁'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현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성장과 분배라는 두 가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전 총재는 이날 강연 후 기자들에게 "과거 두자릿수로 증가하던 수출은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투자는 3%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2%대 경제성장률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투자와 수출은 제조업의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나는 것인데, 우리나라 제조업 국제경쟁력은 중국 등에 밀려 이미 상실된 상태"라며 "앞으로도 투자와 수출에 의존하면 우리 경제는 2%대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총재는 수출과 투자 부진을 대신해 내수를 증진시켜야만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빈부격차를 줄이고, 필요하다면 법인세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대해 "가정용에서 이익을 내 산업용에 보조금을 주며 적자를 메꾸는 것으로, 전형적인 구시대적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계소득을 증진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소비는 국제경쟁력과 무관한 데다 정부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비가 이를 대신해야 한다"면서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이 결국 복지인데, 우리나라는 소득 수준에 비해서 국민의 복지 수준이 너무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성장과 복지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이와 함께 우리나라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임에도 정부가 당장 임박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박 전 총재는 "지금 한국의 경제위기는 잠재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진 가운데 앞으로도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당장 2018년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줄고 생산가능인력은 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우리 경제의 활력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성장에 최대 걸림돌이자 장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총재는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면서 "출산 및 육아 그리고 교육까지 사회가 부담을 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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