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여의도에서] 저비용항공사를 위한 변명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2 18:24

수정 2016.09.02 18:24

[여의도에서] 저비용항공사를 위한 변명

69.4점. 최근 소비자원이 내놓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만족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다. 초등학교 때 받았던 성적 기준으로 계산하면 '양', 대학교 학점으로 계산하면 재수강을 해야 하는 'D' 수준이다. 항공사별로 점수의 차이가 있지만 1등인 티웨이항공이 환산점수로 70점을 겨우 넘었을 뿐 나머지는 70점을 밑돌았다. 한마디로 대부분 낙제 수준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사실 LCC는 불편하다. 일단 좌석이 좁다.
항공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옆 자리는 팔을 편하게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간격이 좁으며 앞자리와의 간격은 허리를 꼿꼿이 펴야 공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좌석 간 간격을 줄였기 때문이다. 비상구 좌석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돈을 더 내야 한다.

기내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국제선에서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는 LCC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삼각김밥이나 비스킷 등 간단한 요깃거리만 제공한다. 여행길의 로망 중 하나일 수도 있는 기내에서의 라면은 상대적으로 비싼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한다.

위기상황 시 대처도 문제다. 단적인 예가 지난 1월 발생한 '제주 대란'. 체계적인 대응으로 승객 불편을 최소화한 대형항공사와는 달리 LCC들은 대처능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승객들을 공항에서 장시간 대기하게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 거의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항공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일수록 LCC를 선택하는 빈도가 낮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런데 LCC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맏형 격인 제주항공은 매년 매출액의 앞자리를 바꿀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다른 LCC 이용객들도 말 그대로 빠르게 늘고 있다. '얼리버드'가 되지 않는다면 휴가철 또는 연휴기간 중에 LCC의 인기노선 좌석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제주노선의 경우에는 LCC부터 예약이 진행된 후 대형항공사로 옮겨가고 있다.

낙제점 수준의 만족도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LCC가 급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원 조사에서도 나왔지만 답은 '가격'이다. 일정 수준의 '서비스'는 포기하고 대신 '가격'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LCC가 고공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가격'을 선택했다고 항공사로부터 질 낮은 서비스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교통편에 비해서는 비싼 값을 치렀으니 서비스를 누릴 권리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높이는 조금 낮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LCC 직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태생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많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인정하고 기대치를 낮춰야 즐거운 여행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 가족과 함께 LCC를 타고 늦은 휴가를 떠난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LCC로 가기로 했어요. 불편하기는 하지만 4시간 참고 아낀 돈으로 더 맛있는 것 먹고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려고요." 그의 여행 만족도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대치를 낮춘 그의 만족도가 다른 여행객에 비해 높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