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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의장, 정치적 소신과 민생책임질 입법부 수장 역할간 고뇌찬 결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2 19:21

수정 2016.09.02 19:21

정세균 국회의장이 2일 자신의 개회사로 인한 정기국회의 파행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정치적 결단을 내려 국회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사드 문제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언급했지만 이후 새누리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정국 경색이 심화, 모든 민생현안이 올스톱되자 정치적 소신보다는, 민생을 책임지는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책무감을 더욱 체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의장은 이날 하루종일 여야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 여야 정치 원로그룹과 접촉을 갖고 정국해법의 실마리를 모색한 끝에 박주선 국회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이양해 추경안 등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정 의장은 여야 3당 원내대표와 국회 의사일정 정상화에 합의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결산안, 추경안, 대법관 임명동의안 등 현안들이 매우 급한데 제 때 처리되지 못해 의장으로서 매우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이런 현안들을 하루도 미룰 수 없어서 제가 결단했다"고 밝혔다.

사드나 우 수석 문제에 대한 정치적 소신보다도, 민생과 협치라는 생산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입법부 수장으로서 경색정국이 심화되고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파행되는 것을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의 개회사는 정말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저의 진심이지, 다른 어떤 사심도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해 정략적 또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난 정치적 소신에 의한 것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자신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이 국회사무처에 접수된 데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한남동 의장공관 농성까지 밀어부치는 등 초강경 모드로 나온 것도 정 의장의 심적부담을 가중시킨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회 의사일정을 총괄해야할 국회의장이 오히려 경색정국 논란의 중심에 선 데다 새누리당이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으로 강경대치가 지속되면서 민생 협치가 실종됐다는 데 입법부 수장으로서 중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개회사를 통해 사드배치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를 언급한 만큼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 민심에 전달됐다고 보고, 정기국회를 정상화해 추경안 등 민생현안을 처리하는 쪽이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당초 처리키로 했다가 의사일정 파행으로 처리되지 못하면서 경기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데 여야 대립과 갈등을 조율해야 할 국회의장이 오히려 일조했다는 비판여론도 의식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지키면서도 추경안 등 민생현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사회권을 넘기는 '중재안'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 의장은 내주 초쯤 자신의 개회사 논란과 여권의 파상공세 및 의장직 사퇴 촉구 결의안 등에 대한 포괄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일각에선 추경안 처리 등으로 국회정상화에 간신히 합의했지만 내주초 정 의장의 추가 입장 표명이후 여권의 반발이 또다시 점증될 경우 겨우 정상화 궤도에 진입했던 정기국회가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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