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인 비만 기준 '적정VS엄격' 논란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3 10:19

수정 2016.09.03 10:19

최근 일각에서 한국인의 비만 진단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한미만학회가 충분한 학문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대한비만학회는 3일 우리나라의 비만 진단기준인 체질량지수(BMI) 25를 느슨하게 바꿀 경우 오히려 이득보다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질량지수는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 지역 비만 전문가들은 아시아 인종의 비만 진단기준으로 체질량지수 23 이상을 과체중,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했다.

체질량지수 수치가 올라갈수록 비만 진단기준 판정이 완화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체질량지수 30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체질량지수 25 이상이 기준인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비만 진단기준에 엄격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부천성모병원)은 "지금 우리나라는 비만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일부 의견에서 체질량지수 25가 너무 과도해 상향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만은 당뇨병·고혈압·심장질환·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지만 그 자체를 사망요인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따라서 비만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비만 진단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비만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감을 조장하고, '과잉진료'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근거를 대고 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교수는 한 칼럼에서 "체질량지수 25 이상을 비만으로 규정할 경우 건강한 국민 일부가 비만 환자가 돼 불필요한 진료·불필요한 걱정·불필요한 자기 비하를 겪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비만 정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비만 진단기준을 25로 적용하면 우리나라가 오히려 미국보다 남성 비만율이 높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만학회는 비만 진단기준을 바꾸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이다.

오상우 비만학회 연수이사(동국대일산병원)는 "일부 언론에서 마치 우리나라 비만 진단기준이 너무 엄격해 큰 사회적 낭비가 초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률과 엮어서 비만 진단기준을 다시 책정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사망원인은 다양하므로 해당 자료를 활용해 비만 진단기준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유순집 이사장은 "현행 비만 진단기준으로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이 무엇이 있는가"라며 "일부 논문을 확대·해석 적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런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오는 11월 비만 관련 진료지침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비만 진단기준 관련 내용도 포함한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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