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중, 파리 기후변화협약 비준…연내 시행 노력키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4 07:49

수정 2016.09.04 07:49

미국과 중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정식으로 비준키로 했다. 이를 통해 이르면 연내 전세계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시행되도록 노력한다는데도 합의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 국가주석이 이날 중국 항저우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4~5일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시주석과 만나 기후변화협약이 되도록 빨리, 이르면 연내 시행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항공사 온실가스 배출 국제 기준을 정하는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통해 연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2%를 차지하는 항공기 배출가스를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염화불화탄소(CFC) 대체재로 사용되는 냉매인 수소화불화탄소(HFC) 사용과 생산도 동결하고 앞으로 서서히 없애는 방안을 연내 만들어낸다는데도 합의했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은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195개국이 참가해 통과됐고, 각국의 비준을 앞두고 있다. 이 협약은 협약에 참가하거나 협약을 비준하는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55%를 넘으면 발효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를 비준한 국가는 주로 소규모 섬나라 국가들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08%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38%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비준하기로 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유엔에 비준계획을 정식으로 제출한 이날 "역사가 오늘의 노력을 중요한 전기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협약 시행을 서두르는 것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지난해 합의된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계속 추진되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를 뒤엎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는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관계는 근거가 없다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계속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그는 덕분에 광산지역, 공장지역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기후변화협약이 시행되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도 이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하다.

앞서 지난해에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 표결 없이도 협약이 비준될 수 있도록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강제·보복 규정이 없는 느슨한 형태로 수정했다. 강제 규정을 요구한 유럽연합(EU)의 반발을 불렀지만 지금으로서는 훌륭한 포석이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미국이 강하게 주장하면서 파리 협약은 강제 규정 없이 각국이 202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제출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 공개토록 하고 있다.

강제규정이나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국제적인 제재가 가해지도록 하는 보복규정이 있으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절충안이었다고 미 정부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제관계·기후변화 선임 고문인 브라이언 디즈는 미·중의 기후변화협약 정식 비준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파리협약이 이르면 연내 비준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중의 합의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2.8%를 차지하는 EU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영국을 포함한 EU 28개국이 이를 비준하면 파리협약 연내 시행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전망은 불확실하다. 6월부터 각 회원국에 비준을 종용하고 있는 EU 집행위원회는 시간이 촉박하면 회원국의 비준 없이도 회원국들을 대신해 EU 의회 표결을 거쳐 협약을 비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들은 먼저 각 회원국의 비준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충돌을 빚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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