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시, 주요 도심 '횡단보도'설치안 고심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4 17:06

수정 2016.09.04 22:21

시민 "계단 오르락내리락 힘들다"
상인 "이동인구 줄어 매출 급감"
시민'보행권'  상인'생존권'
협의 통한 균형맞추기 관건
상인들 반발에 설치 못해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가 퇴근 인파 등으로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강남역 일대는 유동인구가 매우 많지만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없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가 퇴근 인파 등으로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 강남역 일대는 유동인구가 매우 많지만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없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를 가르는 강남역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올 1~7월 강남역 하루 평균 지하철 이용객은 13만명으로, 수년째 1위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니는 지역인데도 강남역 사거리에서는 횡단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종로 5가, 명동 거리에도 없는 것이 횡단보도다. 이로 인해 인파가 몰리는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이면 노약자.장애인은 물론 일반 성인도 이 구역 지하도를 이용하는 게 불편할 정도다. 출구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땀을 흘리기도 한다.

■땀 뻘뻘 계단 오르락내리락…생존권 반발에 '무산'

4일 일선 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주요 도심에서는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으나 번번이 지하상가 상인들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달 한 시민이 서초구청에 강남역 사거리 지상에 횡단보도가 필요하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2007년부터 경찰, 서울시 등과 강남역 사거리 횡단보도 설치를 협의했으나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교통정체 우려가 있고 지하상가 상인들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경찰과 시로부터 전달받았다"며 "구는 시에 건의하고 답변만 받을 뿐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정체 우려로 횡단보도가 신설되지 않는 것이지만 지하상가 상인들 반대가 주된 원인"이라고 전했다.

상인들은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지하도로 다니는 사람이 줄어 매출이 급감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하상가 매출 대부분이 계획된 소비가 아니라 시민들이 지하도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발적인 소비여서다.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지하도만 있는 지역에 횡단보도가 생기면 지하도 이동인구가 감소, 매출이 줄 수밖에 없어 상인들 생존권에 치명적"이라며 "서울시가 지하에 점포를 내고 장사하라며 세를 받으면서 횡단보도를 만들면 사람들에게 지하도로 다니지 말라는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설치방안 추진은 제자리…"대화창구 마련 시급"

서울시는 내년부터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명동 거리로 가는 길을 비롯해 서울 주요 도심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인들 반발로 횡단보도 설치계획은 제자리다.


서울시 관계자는 "횡단보도를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시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횡단보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지하상가 상인들 반대가 심해 아직 구체적 일정은 잡지 못하고 있고, 상인들과 협의방안이 있는지 검토하면서 지속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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