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관광' 어떻게 키울 것인가
잘 살자는 '웰빙'에다 '행복'과 '건강'을 더한 '웰니스'가 최근 인류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웰니스는 힐링과 의료.미용 등을 축약한 개념으로 세계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관광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웰니스 관광시장 규모가 연 450조원으로 의료관광시장(50조원)의 10배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으며 웰니스 관광산업의 성장잠재력은 무한대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웰니스 관광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웰니스 산업 육성과 외국관광객 유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웰니스 관광시장 공략에 나선다. 파이낸셜뉴스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내외 웰니스 산업 및 관광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웰니스 관광산업 활성화'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카밀 호헵 미국 웰니스투어리즘 월드와이드 대표, 루츠 룽위츠 독일의료웰니스협회 대표, 룽팁 웅파티칸 기무라 태국관광청 국장, 진기남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김홍필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서비스과장, 민민홍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장이 참석했다. 이들로부터 글로벌 및 주요국가의 웰니스 관광 현주소와 미래비전, 대한민국의 웰니스 산업 활성화방안 등을 들어봤다.
―세계적으로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웰니스가 관광과 접목되면서 '웰니스 관광산업'이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웰니스(관광)의 개념을 정의한다면.
▲루츠 룽위츠 대표=바쁜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중간중간 휴식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해졌다. 따라서 신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해지는 웰니스다.
▲진기남 교수=병원 밖을 나서서 자신의 힐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웰니스'라고 보면 된다. 나의 힐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의 방식, 휴식, 스파 등 신체와 정신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전에는 환자의 치료가 중심인 의료관광에 초점을 맞췄지만 여기에 건강한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는 웰니스 관광 개념이 추가된 것이다. 의료관광도 물론 해야겠지만 웰니스 관광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웰니스 관광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카밀 호헵 대표=미국에서는 2008년 헬스투어라는 개념의 의료관광이 도입됐다. 의료관광 중 일부에 스파 같은 상품이 포함된 형태였다. 이후 2012년부터 웰니스 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그 전에는 웰니스 관광이라는 용어도 없었다. 이제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긴 것이다.
▲진 교수=웰니스 관광은 아직 초기시장이다. 전 세계에서 웰니스 개념이 들어간 서적을 전부 구매했는데 5권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의료관광 관련서적도 약 30권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직 전 세계 전문가도 많지 않다.
―세계 웰니스 관광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다.
▲진 교수=글로벌 헬스서밋에 따르면 의료관광시장 규모는 연간 50조~70조원이고 웰니스 관광시장 규모는 450조원으로 추산됐다. 특히 스파가 웰니스 관광의 40~50%를 차지한다. 나라마다 특징적인 상품을 웰니스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독일은 포레스트 힐링, 태국은 마사지, 인도는 아유로베다 등이다. 하지만 관광과 웰니스 관광을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웰니스 관광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다만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함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30~50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웰니스 관광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장잠재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가별 웰니스 관광 정책은.
▲호헵 대표=미국에서는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웰니스 관광을 표방하고 있다. 미국으로 웰니스 관광을 오는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 오는 것이다. 웰니스 호텔 등에서 휴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상품을 판매한다. 또 피트니스나 체중감량도 웰니스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비만이고 앞으로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웰니스 관광을 통해 삶을 바꾸려는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룽팁 웅파티칸 기무라 국장=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대표질환으로 '스트레스'를 꼽았다. 그만큼 정신적인 건강, 웰빙이 중요시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느냐가 웰니스 관광의 핵심이다. 태국은 불교국가이기 때문에 불교라는 종교를 통해 정신적인 휴식을 도와준다. 여기에 태국의 전통적인 방식인 황실마사지를 통해 신체 휴식이 이뤄지도록 한다. 마사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에게 긴장감을 풀어주고 스마트폰을 사용해 거북목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태국에서는 여성관광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모습, 신체, 휴식, 정신, 경험 등 6가지를 제공한다. 여기에 유기농식품을 접목해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주도록 하고 있다.
▲룽위츠 대표=독일에는 전통적인 웰니스 관광상품이 많다.온천이나 해수 등을 이용한 '물치료'나 숲을 이용한 '포레스트 힐링'등이 대표적이다. 산림치유를 하는 곳은 10~12개 정도의 프로그램이 있다. 또 세바스찬 크나이프 신부가 창시한 물치료법인 크나이프 요법도 인기가 높다. 이 요법은 찬물에 발 담그고 걸어다니는 등의 수치료법인데 독일에서는 이를 보험적용하기 때문에 내국인 시장도 큰 편이다.
―한국이 가진 웰니스 자원은 어떤 게 있나.
▲민민홍 본부장=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찜질방 문화'가 있다. 찜질방은 서양사람들도 신기해하고 체험해보고 싶어한다. 절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명상, 다도, 건강음식인 사찰음식 등도 진행할 수 있다. 한식도 웰니스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둘레길 같은 트레킹코스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강원도 홍천에 웰에이징을 추구하는 힐리언스선 마을도 있다. 좋은 자원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이 덜 알려져 있고 내국인 중심으로 돼있다. 이제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 웰니스 관광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한국의 웰니스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한마디 조언한다면.
▲호헵 대표=한국은 웰니스 산업의 시작단계라고 알고 있다. 일단 웰니스 관광을 할 때 어느 부분까지 웰니스 관광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정확하게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후 해당 자산들을 개발하고 교육을 시키고 기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이후에는 운영을 하고 마케팅을 하고 프로모션을 하는 단계다.
▲룽위츠 대표=웰니스 관광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우리와 같은 해외 전문가들과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고유의 웰니스 관광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논의 초기단계에서 '스페셜 퀄러티 시스템'을 찾는다면 웰니스 관광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무라 국장=태국을 비롯해 한국, 미국, 독일 등 여러 나라가 웰니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전 세계적으로 체계적인 웰니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결국 웰니스 관광은 세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태국에서는 좋은 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양질의 상품을 만들도록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웰니스 관광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러면 농부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재배를 하게 된다. 농부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본인의 일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게 된다. 재배한 농작물은 웰니스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건강도 챙기고 다른 사람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 교수=웰니스 관광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부분을 웰니스 관광에 포함할 것인지 바운더리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화장품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최근 해외에 많이 판매하고 있는데 물건만 팔 게 아니라 한국에 와서 스킨케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런 상품을 개발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웰니스 관광도 과학적인 증거가 바탕이 되는 에비던스 베이스가 있어야 한다.
―한국 웰니스 관광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다. 한국 정부에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김홍필 과장=해외관광객이 2012년 10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1700만명으로 예상된다. 이제 고민은 그동안 양적인 성장은 많이 했는데 질적 성장을 할 것이냐다. 단순히 쇼핑을 즐기러 한국에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재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정책방향이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웰니스 관광은 한국의 관광산업 수준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웰니스 관광 분야에 대한 시설지원, 마케팅지원 등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또 웰니스 관광에 적합한 호텔들도 해외관광객 대상의 안내판, 홍보물 등 미흡한 게 많다. 이를 정부에서 지원하도록 하겠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한류콘텐츠나 마이스, 홍보예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민 본부장=현재 웰니스관광자원 조사를 용역을 통해 시작했다.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 스타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1년에 한번씩 전문가 풀을 만들어서 조언도 듣는 자리도 만들어 웰니스 관광이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
정리=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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