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방통행' 추석 소비촉진책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4 18:09

수정 2016.09.04 22:24

문화가 있는 추석 대책 영화.놀이공원 등 할인
정부, 협의과정없이 추진.. 민간기업 손실 '나몰라라'
'일방통행' 추석 소비촉진책

정부가 제대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추석 민생대책을 발표해 민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추석 민생대책을 발표했다.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문화가 있는 추석' 정책이다. 추석 연휴에 전국 800개 문화.여행 시설에서 집중 할인을 실시한다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18일 프로야구 경기 일반석 입장료는 50%, 국립과학관·국립생태원 입장료도 20~50% 할인된다. 국립현대미술관, 4대 고궁, 종묘, 조선왕릉은 무료 개방된다.


끝이 아니다. 여기에는 영화극장, 대중골프장, 놀이공원 등 민간기업도 포함된다. CJ CGV, 롯데시네마 등 주요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이 패키지 관람권을 판매해 이를 구입한 사람은 정가보다 20~4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서울랜드,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주요 놀이공원 입장료도 할인된다. 문제는 이번 정책 탓에 발생하는 민간기업의 손실을 정부가 메워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상반기 실적이 전년에 비해 크게 급감했던 CJ CGV, 롯데시네마 등 극장은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 3대 멀티플렉스 가운데 매출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CJ CGV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85억5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230억8600만원 대비 20%가량 줄었다. 대중골프장들도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으로 잔뜩 위축된 상태다.

이로 인해 이번 '문화가 있는 추석'에 불참하는 기업도 있다. 국내 3대 멀티플렉스 가운데 매출 비중이 가장 낮은 메가박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기업에 일괄적으로 할인하라고 말을 못하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참여기업들은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는 모양새라도 취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중골프장 등 민간기업과 제대로 협의도 하지 않은 채 발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은 극장이나 골프장, 놀이공원이 굳이 할인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목' 아니냐"는 질문에 이번 민생대책을 담당하는 기재부 경제정책국 담당자는 "그래서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힘들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들은 이번 정책으로 발생할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이번 대책에 참여하는 CJ CGV나 롯데시네마는 추석을 겨냥해 개봉하는 최신작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중골프장도 마찬가지다. 한 대중골프장 업계 관계자는 "원래 추석 시즌에는 개별 골프장 스스로 그린피 할인행사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것처럼 할인폭을 20~40%까진 할 수 없다"며 "결국 예년처럼 2만~3만원을 할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정책이 전형적인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골프업계 관계자는 "된장찌개를 7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식당에 추석이니 5000원만 받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며 "가뜩이나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걱정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처럼 할인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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