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그림산책] 리암 길릭 '모든 관계가 균형을 이루면, 건물은 사라질 것이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5 17:06

수정 2016.09.05 17:06

리암 길릭 '모든 관계가 균형을 이루면, 건물은 사라질 것이다'
리암 길릭 '모든 관계가 균형을 이루면, 건물은 사라질 것이다'

1964년 영국 에일즈버리에서 출생한 리암 길릭은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1997년 카셀도큐멘타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1980년대 영국의 골드스미스대학에서 수학할 때 데미안 허스트, 사라 루카스 등과 교류하면서 영 브리티쉬 아티스트(yBa)로 알려졌던 리암 길릭은 이후 20세기 저명한 평론가 니콜라 부리오의 '관계미학'을 개념적이고 방법적인 회의를 통해 공유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예술이 일상에 개입하는 순간과 자신의 작업, 또 자신의 작업이 자리할 공간을 조정하는 일, 이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이나 환경에 미치는 상호작용에 관심을 기울여왔다.그렇기 때문에 리암 길릭의 작품은 관람자에게 텍스트, 디자인, 건축을 통해서 환경의 맥락을 제시하고 일종의 상황을 제시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된다.

리암 길릭은 아라리오뮤지엄 전면에 세로 3m, 가로 10m에 달하는 흰색 네온으로 만든 세 줄의 문장을 제시했다.
'모든 관계가 균형을 이루면, 건물은 사라질 것이다'라는 선언적인 내용의 이 문장은 2002년 홈 오피스 건물을 위해 제작된 문구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리암 길릭은 건축가와의 협업을 통해 런던 마샴 스트리트에 소재한 영국 정부의 홈 오피스 빌딩의 공공미술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당시 오래된 건물을 가벼운 유리 캐노피, 시각적인 흥미를 돋우는 복잡한 파사드 디자인, 색색의 유리 진열창, 사인물 등으로 변화시킨 이 작업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민, 테러, 마약 정책 등을 담당하는 정부 산하기관인 브리티쉬 홈 오피스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이 문장은 '모든 이들이 평등한 세상이라면 이민, 테러, 마약 문제 등을 다루는 정부 부처인 홈 오피스의 존재가 필요치 않다'고 암시한다.
하지만 '균형'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사회적인 문제와 갈등, 이들 사이 관계의 해소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 역사가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균형과 갈등의 해소가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목표는 될 수 있어도 실질적인 결과는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는가.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