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사우디 "유가안정 위해 협력" 이란 "감산 협상 나설수도"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5 17:50

수정 2016.09.05 22:12

G20서 푸틴-모하메드 부왕세자 '산유량 협력 합의'
지난 7월, 이란 석유장관 "OPEC과 협력하겠다"밝혀
26일 OPEC 회의서 '산유량 동결' 최종 합의 주목
러-사우디 "유가안정 위해 협력" 이란 "감산 협상 나설수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안정을 위해 협력을 약속했다.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하는 최대 산유국이며, 러시아는 비OPEC 국가 중 원유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간 두 나라는 여러 차례 산유량 동결 합의에 나섰지만 이란 문제 등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두 나라의 의견 일치가 이달말(26~27일) 열릴 비공식 OPEC 회의에서 산유량 동결이라는 최종 합의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5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부왕세자가 만나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두 나라가 협력하자는 데 합의했다. 모하메드는 사우디 왕위계승 서열 2위로 국가 최고 실세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해 양국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푸틴은 "러시아는 OPEC과 원유 시장 안정화를 위해 산유량 동결에 합의하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의 발언에 앞서 지난 달,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도 사우디 언론과 인터뷰에서 "원유시장 안정화를 위해 양자 간의 구체적인 대화를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에 진전이 있음을 시사했다.

사우디도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원유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격) 정책을 위해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정상의 '산유량 협력 합의' 발언은 과거와 분위기가 달라졌음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4월 이란의 동참 문제를 놓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틀어지면서 산유량 동결 합의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이란은 과거 제재이전 수준까지 산유량을 회복하기 전에는 "생산량을 줄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러시아도 이란 편을 들었다. 사우디는 "OPEC 모든 회원국이 참여해야 한다"며 막판에 뒤집어버렸다. 당시 합의 직전까지 갔던 협상을 뒤집은 사람이 바로 모하메드 부왕세자였다. 러시아는 이란과 전통적인 우호관계이지만, 사우디는 이란과 앙숙관계다.

이후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은 내분이 심화됐다. 사우디와 이란, 러시아는 산유량을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이란은 올해 안에 하루 생산량 400만배럴로 경제제재 이전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OPEC도 하루 생산량 3369만배럴(8월 기준)로 최고 수준이다. 원유가 넘쳐나면서 유가는 지난 2월 20달러 대로 폭락했다.

하반기 들어 원유시장의 키플레이어인 사우디.러시아.이란 3국의 입장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7월말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은 "OPEC과 협력하겠다"며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쳤다. 또 지난 3일 이란의 아미르 호세인 석유차관은 이란의 국익을 위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전제하면서 "국제유가 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라도 지지하겠다"고 했다. 이란이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에미리트NBD의 원자재 분석가 에드워드 벨은 "러시아와 사우디의 건설적인 대화가 실제로 산유량 동결로 이어질지는 별개 문제다. (다만) 이번 산유량 상한선 제한에 관한 두 나라의 합의가 유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실제 OPEC의 9월 합의 기대감에 지난달부터 유가는 20% 가까이 오름세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4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와 러시아가 협력하더라도 이란이 동의하지 않는 한 실제 산유량 감산까지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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