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발 물류대란
美 법원서 압류금지 승인.. 日·英·싱가포르도 압류 해결
하역해야 할 선박 41척.. 총 비용 1700억원 추산
중소 운송대행업체에.. 산업부, 4000억 긴급지원
美 법원서 압류금지 승인.. 日·英·싱가포르도 압류 해결
하역해야 할 선박 41척.. 총 비용 1700억원 추산
중소 운송대행업체에.. 산업부, 4000억 긴급지원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 조치(스테이오더) 승인으로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의 급한 불은 껐지만, 남아 있는 숙제가 적지 않다.
하역 협상을 완료한 미국 내 4척을 제외하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하역비 문제가 남아 있어 압류금지 조치가 발효되더라도 실제 한진해운 40여척에 실린 짐을 내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1700억원에 달하는 하역비가 물류대란 해소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급한 불 껐지만 수천억원 하역비 해결 관건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의 스테이오더를 수용함에 따라 미주노선 한진해운 선박은 당분간 가압류 부담에서 벗어나 입항과 하역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11일 자정부터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인 한진 그리스호를 시작으로 선박 4척도 순차적으로 롱비치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을 재개한다.
한진해운 관리 선박인 41척의 하역 정상화를 위한 자금 1700억원(추정치) 조달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해소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압류금지 조치가 승인됨에 따라 이날 자정부터 한진 그리스호를 시작으로 한진 보스턴호, 한진 정일호, 한진 그디니아호 등 선박 4척이 차례로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태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지만 이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씩 잡혀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외에도 일본과 영국의 경우 압류금지 조치가 발효됐고, 싱가포르에도 압류금지 잠정조치가 발효된 상황이다. 정부는 다음주 초부터 독일, 스페인 등에도 신청할 계획이다.
앞으로 선적화물의 하역 정상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선박은 41척이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 97척 중 20척은 하역을 완료했으며, 36척은 국내 항만으로 복귀토록 유도했다. 하역이 완료된 20척은 국내 항만 10척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중동 등 해외 항만에 10척이다. 이들 선박이 짐을 내리는 데 드는 비용은 1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400억원을, 대한한공이 600억원을 부담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은 600억원을 빌려주고, 이후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설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배임소지 등을 이유로 담보부터 취득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면서 600억원의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초 자금 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해 선 지원, 후 담보로 즉시 진행하고자 했으나 배임 등 법적 문제 관련 장시간 토의 끝에 담보 확보 및 후 지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롱비치 터미널 지분 54%을 가지고 있으나 기존에 담보대출을 받았던 6개 해외 금융기관 및 또 다른 대주주인 MSC(46% 지분)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하역비 조달이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원, 관계부처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한진해운, 한진그룹, 채권단 등과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 한진해운을 이용하려던 대기화물의 운송지원을 위해 대체선박 투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체선박 확보는 어느 정도 진전을 본 상태다. 당초 미주노선 4척, 유럽노선 9척 등 13척을 대체투입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여기에 동남아노선 11척이 추가됐고 외국선사들의 참여도 계속 늘고 있다.
■산자부 수출애로점검회의 4000억원 긴급금융 지원
산업통상자원부 주형환 장관 주재로 11일 서울 서린동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긴급 수출애로점검회의에서 한진해운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화주와 물류기업, 수출기업들의 애로사항이 쏟아졌다.
특히 수출기업은 이날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이 업종별로 직면한 수출물류 애로요인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가전업체들은 오는 11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용 납품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전했고, 타이어 업계는 이달까지 겨울용 제품을 납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지 업계는 현실적으로 항공 등 다른 운송수단을 이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포워딩업체(운송대행 업체)는 한진해운 협력업체와 수출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한진해운과의 계약으로 피해를 본 중소 포워딩업체에 4000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재원은 추경에서 수출입 중소기업에 한정해 편성한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포워딩업체 등 한진해운 협력업체 및 중소 수출물류업체'로 확대해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조건은 2.97% 이율(3·4분기 현재 기준)로 각사당 5억~20억원씩 하기로 했다.
또 항만.노선.품목별로 전체 물류 흐름의 관점에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항만별로는 현지대응반(상무관.무역관.해사관)이 현지 물류서비스업체, 항만청 등을 접촉해 국내업계 애로사항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어 항만별로 물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노선별로는 미주 서부.동부노선, 수에즈 운하가 통과하는 유럽 노선 등 노선별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한진해운, 수출물류업체, 화주 간 협의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품목별로는 가전, 타이어, 석유화학 및 전략물자, 신선식품 등 피해가 우려되고 시한이 촉박한 화물을 우선 해결하기로 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김서연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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