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논단] 증시는 신뢰를 먹고 자란다

[fn논단] 증시는 신뢰를 먹고 자란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라는 영화가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는데, 26세에 뉴욕 월가에 입문해 주가조작으로 엄청난 부를 쌓지만 결국은 연방수사대에 의해 검거된 희대의 사기꾼 조던 벨포트의 실화를 다룬 블랙 코미디 범죄영화다. 이 영화에는 젊은 벨포트가 그의 선임자인 마크 해너로부터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하려면 주식에 대한 전문지식보다는 사기 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선임자의 이러한 가르침을 신봉한 벨포트는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고급정보이니 지금 당장 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투자자를 현혹시켜 큰돈을 벌게 된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지금부터 약 30년 전인 1980년대 후반이었다. 그런데 소개한 영화의 줄거리는 우리에겐 전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도 국내 장외주식시장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고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았다.

금융시장의 발전은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불공정거래행위를 주도하는 세력에 대한 색출과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감독 당국의 이상거래 추적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처벌수준의 강화도 절실하다. 현재 불공정거래세력들에 대한 처벌수위는 해외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것이 사실이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단순히 금전적인 차원을 벗어나 매우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미래의 불공정거래행위 발생 억제를 위해서도 처벌수준의 강화는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과징금 부과기준을 폭넓게 해석해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회사는 투자자의 이익보다는 발행기업이나 금융회사 자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사례가 많았다.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 강화에 관한 금융회사의 인식과 업무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의 인센티브 체계가 투자자의 이익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도록 설계하고, 내부통제 기능도 효율화시켜야 한다.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퍼즐조각은 투자자에게 있다. 투자자들이 깐깐해지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투자자 보호장치는 드물 것이다.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로 인해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충분한 준비와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투자결정은 매우 큰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은 신뢰를 먹고 자란다. 주식시장은 특히 그러하다. 그렇기에 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사건은 더욱 뼈아프다.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사건들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투자자가 외면하는 시장은 결코 발전할 수 없음을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경험해왔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그리고 투자자의 공통된 노력이 절실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