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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법원, 룰라 전 대통령 기소확정...'좌파 아이콘' 결국 법정행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1 15:14

수정 2016.09.21 15:14

브라질 연방법원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연방검찰의 기소를 받아들였다. 브라질 좌파운동의 상징이자 2010년 퇴임 직전 지지율이 87%에 달했던 룰라 전 대통령은 결국 부패 혐의로 법정에 오르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는 이날 "충분한 증거를 고려해 기소를 받아들인다"며 기소를 확정하고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연방검찰은 14일 현지 언론을 통해 룰라 전 대통령을 돈세탁과 허위진술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다고 밝혔다. 연방검찰측은 그의 부인 마리자 레치시아와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 및 사회운동 조직인 '룰라 연구소'의 파울루 오카모토 소장, 대형 건설업체 OAS 관계자 5명도 함께 기소했다.

룰라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기소는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돼온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에 따른 것이다.
라바 자투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 사업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이 오간 사건에 대한 수사로, 지금까지 이 수사를 통해 드러난 뇌물은 6500만헤알(약 223억원)이다. 뇌물 가운데 일부는 돈세탁을 거쳐 주요 정당에 흘러든 것으로 파악됐다. 연방검찰이 룰라 전 대통령에게 부패혐의를 직접 적용해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번 기소 확정 결정에 "엄청난 촌극이며 대단한 거짓말"이라며 "슬프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수사를 지휘하는 데우탄 달라기뇨우 검사는 지난주 발표에서 "이번 사건의 정상에는 정치적 핵이 존재하며 그 핵이 바로 룰라 전 대통령"이라며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를 배후에서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WSJ은 수사당국의 주장에 이견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 수괴라는 혐의가 조잡하다는 의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브라질 민간 연구기관 제툴리오 바르가스재단의 다니엘 바르가스 법학교수는 "라바 자투는 브라질에 대단히 중요하지만 과잉 수사는 수사 의도에 대한 의심을 낳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한 룰라 전 대통령이 이끌던 노동자당은 연방 검찰의 수사가 룰라 전 대통령의 2018년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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