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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바꿔도 삭제 어려운 선탑재 앱, 실효성은 '글쎄'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2 16:06

수정 2016.09.22 18:13

스마트폰에 선탑재된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자가 삭제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마련했지만, 정작 실제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선탑재 앱을 삭제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가 다시 국내 기업들만 옥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이용자들의 불편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시행령 문구가 일부 수정돼 선탑재 앱 삭제 요건은 더욱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향후 선탑재 앱 삭제 불가에 따른 이용자 편의성이 낮아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령을 만들었으나 절차적 장애가 여전한데다 시행령 수정으로 이용자가 원치 않는 구글과 애플의 선탑재 앱 삭제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선탑재 앱 1개 삭제도 '첩첩산중'
2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처리한 금지행위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 전기통신기기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소프트웨어의 삭제를 '부당하게' 막는 것을 금지했다.

시행령이 적용되면 앞으로 선탑재 앱의 삭제가 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을 때 방통위가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부당하게'라는 표현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요청이 반영된 것으로 충분히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실제 금지행위에 대해 정부가 조사에 들어갈 때 시비거리가 발생할 여지가 커졌다.

선탑재 된 앱이 필수적인지를 비롯해 스마트폰 이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해야 하고, 앱 시장 경쟁에 영향을 주는지도 검토 해야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정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취지는 모든 선탑재 앱을 삭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기기 기능에 필수적이지 않은 앱의 삭제를 제한하지 말란 것"이라며 "다만 업체가 선탑재 앱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충분한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규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치않는 해외 선탑재 앱 삭제 힘들어
스마트폰 1대에 선탑재되는 앱 수는 2012년 기준 80여개였는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줄었지만 여전히 30개 정도다. 삭제되지 않는 선탑재 앱에는 통신사 앱과 제조사 앱, 구글과 애플 등 운영체제(OS) 앱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앱들은 실제 사용하지 않아도 삭제하기 어렵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담긴 스마트폰만 해도 유튜브와 지도 등 구글 관련 앱들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채 출시되지만 이용자들은 이같은 앱을 쉽게 삭제하기 어렵다. 지도 앱을 삭제하려 할 경우 '기본설치 앱을 삭제할 경우 다른 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뜬다. 애플의 iOS도 iBooks, 건강, Watch, 지도 등을 삭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시행령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방통위 측도 필수앱에 대한 범위를 살펴야 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해 원치않는 선탑재 앱을 당장 삭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시행령을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의 선탑재 앱 시행령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아 이 문제가 입법 문제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방위에서 앱 선탑재 금지법이 발의된 만큼 향후 논의가 진전될 때 논란은 다시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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