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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김영란법 도그마를 경계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7 17:14

수정 2016.09.27 17:14

절대 손 못대는 성역 아냐.. 부작용 치유 적극 나서야
일명 김영란법이 오늘(28일)부터 시행된다.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정식 약칭은 청탁금지법이지만 반부패법 또는 더치페이법으로 부르는 게 더 적당해 보인다. 법안 발의자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다. 여성 최초의 대법관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이른바 '벤츠검사.스폰서검사'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이 법을 만들었다. 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줄곧 이 법을 지지하는 편에 섰다. 첫 여성 대법관과 첫 여성 대통령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변이 없는 한 김영란법은 박근혜정부의 최대 공적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긴 시야에서 김영란법은 한국 경제에도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반세기 한국 경제는 압축성장 신화를 일궜다. 전후 신생국 가운데 부자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한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일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벽 앞에서 수년째 좌절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우리의 청렴의식이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것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김영란법은 관행에 찌든 부정부패 문화를 일소할 좋은 기회다.

다만 부작용에 대해선 미리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은 적용자가 최소 400만명에 이를 만큼 광범위하다. 법률가끼리도 법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결국 법원 판례가 나와봐야 감이 잡힐 것 같다. 그 전엔 누구라도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으려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의 경제적 파장에 대해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다. 그는 수차례 "김영란법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일부 업종이나 소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잖아도 고령화 추세 속에 소비위축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상한을 정한 김영란법은 단기적으로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좋은 법이나 정책은 목적을 이루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정부가 교조적으로 밀어붙인 한진해운 구조조정은 반면교사다. 출구전략이 없으면 아무리 대의(大義)가 근사해도 삐걱대는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농어민, 영세 자영업자들은 물론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까지 나섰지만 김영란법은 수정 요청을 거부했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케인스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냥 내버려두면 장기적으로 시장이 균형을 찾겠지만, 그 전에 우리가 죽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뜻이다. 김영란법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플러스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부작용을 방치하는 것은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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