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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거스 디턴 "불평등은 성장에 따른 결과...韓 저성장 받아들여야"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8 16:36

수정 2016.09.28 16:36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지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출산율 저하, 고령화, 저성장 등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를 "성장으로 생긴 결과물"로 간주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턴 교수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개최한 '2016 지식공유사업(KSP) 성과 공유세미나'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수십 년 간 고도성장을 해온 한국사회에 빈부격차 확대, 청년실업 심화, 저성장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는 '뒤처지는 집단'이 없어야 한다"면서 "젊은 사람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성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디턴 교수는 "중국에 가보니 7% 성장률이 재앙이라고 하는데 한국이나 중국처럼 선진국을 뒤쫒아가면서 고도로 높은 성장률을 이렇게 오래 유지한 경우는 유례가 없었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저성장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턴 교수는 경제발전 및 빈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업적을 인정받았다. 인간이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빈곤과 질병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디턴 교수의 논지다. 그는 유명 저서인 '위대한 탈출'에서 양극화가 경제성장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도 주장했다. 디턴 교수는 "불평등이 발전에 기여하는 이유는 어떤 사람이 나보다 나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발전의) 계기가 된다. 반대로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양극화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질문에는 "한국 불평등 관련 지표가 사실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은데 한국에선 불평등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깊이 들어가보면 그러한 불만이 반드시 불평등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가령 미 대선후보 트럼프 지지자들은 불만이 많지만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몫을 못 받았거나 혹은 뒤쳐졌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디턴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 청년들이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불평등 때문이 아니라 과거 부모 세대 때 누린 기회를 충분히 못 누리고 있다든지 하는 것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과연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는 국가가 연구 분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다른 이의 부축적을 막으면서 자신의 이익만 쫓는 지대추구 행위나 정실자본주의는 문제라고 봤다.

한편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수단은 '돈'에서 '지식'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은 훨씬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지식공유사업(KSP)은 아주 효과적인 ODA 수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탈출'을 집필하기 전에 KSP에 대해 알지 못했던 점을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디턴 교수는 앞서 기조연설에서 지식과 아이디어가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봤다. 영국, 네덜란드와 같은 선진국들은 계몽기를 거치면서 형성된 새로운 지식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동아시아, 인도 등 신흥국도 선진국으로부터 유입된 지식을 각국 사정에 맞게 받아들여 성장했다는 것이다.


반면 세계은행(WB) 등 다자개발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받는 전통적인 공적개발원조(ODA)는 수원국의 경제성장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정적이라고 주장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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