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내달부터 여신전문금융회사와 대주주 사이에 이뤄지는 금전거래가 기존보다 엄격하게 제한된다.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된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대기업의 '사(私)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다. 여신전문금융회사란 신용카드, 리스금융, 할부금융, 신기술금융 등 예금 외의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 대출업무를 수행하는 금융업체를 말한다. 국내에는 60여개 업체가 있고 이들 상당수가 대기업 계열사다.
■대주주 신용공여 축소
오는 30일 시행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자기자본의 50% 이상을 신용공여(상환능력을 고려해 금전을 빌려주는 것)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금이 대주주와 모기업 계열사 등으로 흘러가는 소위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전에는 재벌 대기업이 여신전문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보유하며 불법과 편법으로 자금을 동원, 계열사 부실을 메우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등의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효성캐피탈이 당시 효성 임원 11명에게 모두 4300억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준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 효성은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자기자본 범위 내에서 신용공여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 필요할 때마다 수백억원대 대출과 상환을 반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적법한 이사회 소집 등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이밖에 2014년 골든브릿지캐피탈이 이사회 의결 없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588억원의 대출을 해줘 징계를 받았다.
이 같은 문제는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은행이나 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있다. 실제 금융업계의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는 은행이 자기자본의 25%, 보험업이 40%다. 여기에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신용공여 한도가 50%까지 낮아지게 돼 금융업 전반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주주 발행 주식 150%까지
개정안은 또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주식을 자기자본의 150%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부실 계열사의 주식을 필요 이상 취득해 부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만 당초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원안보다는 규제 정도가 다소 완화됐다. 원안에는 대주주의 주식과 채권을 자기자본의 10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으나 개정안에는 대상이 주식으로 한정되고 비율도 150%로 늘어났다.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 관계자는 "신용공여와 주식보유 제한은 금융회사가 일종의 사금고화 되는 것을 방지하고 부실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종전에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도입했는데 동양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시간도 흘러 순응성이 생겼기 때문에 규제비율을 100%에서 50%로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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