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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동빈 롯데 회장, 형과 화해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9 17:07

수정 2016.09.29 17:07

분란의 출발점은 ‘형제의 난’ 내부갈등 수습도 경영 능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을 면했다. 법원은 29일 새벽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175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체면을 구겼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20일 신 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엿새 고민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검찰이 제시한 혐의가 똑 부러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실 검찰은 신 회장이 연루된 비자금이나 정.관계 로비 혐의를 찾는 데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6월 시작된 검찰 수사는 여론에 편승한 먼지떨이식 과잉수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일단 신동빈 회장은 한숨 돌렸다. 그렇지만 할 일은 더 많아졌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면서 "우리 그룹은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다. 제가 책임지고 고치겠다"고 말했다. "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롯데그룹도 입장자료에서 "보다 투명하고 신뢰받는 롯데가 돼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언행일치를 기대한다. 신 회장은 지난해 이른바 '왕자의 난'을 겪은 뒤 롯데 개혁을 약속했다. 이어 국회 국감장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책임지고 고치겠다"고 말했다. 우선 신 회장은 롯데호텔 상장 계획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호텔의 상장은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를 바로잡는 첫 걸음이다. 이어 전자회로도처럼 얽힌 순환출자 구조도 산뜻하게 바꿔야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신동빈 회장은 한 살 터울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화해해야 한다. 여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롯데사태의 출발점은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다. 응당 그 종착점은 형제 간 화해가 돼야 한다. 나아가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도 정상적인 부자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이 매듭이 풀리지 않는 한 신동빈의 신롯데 구상은 언제든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 가족 간 갈등을 슬기롭게 수습하는 것 역시 경영자의 능력이다.
조만간 신동빈.동주 형제가 한자리에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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