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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美 유족, 사우디 정부 첫 제소···양국 관계 '급랭'

【뉴욕=정지원 특파원】 '9·11 테러'로 남편을 잃은 미국 여성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스테파니 드시몬이라는 여성은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당시 워싱턴 DC 소재 미 국방성 청사인 펜타곤에서 일하던 남편을 잃었다며 소송장을 접수했다. 9·11테러의 희생자 유족이 사우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시몬은 소장에서 “사우디의 지원으로 테러가 발생했다”며 “따라서 사우디 정부는 남편의 죽음에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CNN에 따르면 드시몬의 남편이었던 패트릭 던은 미 해군 사령관이었으며 드시몬은 사건 당시 임신 2개월 상태였다.

소장의 고소인은 드시몬과 그의 딸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우디의 지원이 없었다면 테러행위를 저지른 알카에다가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우디 정부는 남편과 아버지의 사망에 대한 보상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소장은 또한 사우디 정부가 다양한 기관 및 소위 자선단체를 우회해 알카에다 조직원들에 금전적, 물적 지원을 했다면서 그 결과 9·11 테러로 가족 구성원을 잃어 개인적으로 심각하고 영구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드시몬측은 그러나 사우디 정부측을 상대로 얼마를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사우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9·11 소송법'과 관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미 의회가 무효화 시킨 뒤 불과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 법은 9·11 테러 가담자 가운데 15명이 사우디 시민권을 소지하고 있음이 드러남에 따라 테러 유가족들의 요구로 미 의회에 상정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해당 법안이 주권국이 다른 국가의 법정에서 피고가 될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에 어긋나며 불필요한 외교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미 연방상원과 하원은 지난달 28일 재심의 표결에서 각각 압도적인 표차로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각했다.

따라서 미 본토를 겨냥한 테러로 미국인이 사망했을 때 테러 피해자들이 책임 있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사우디 정부측은 이 법이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jjung7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