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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인터넷銀 은산분리 족쇄 빨리 풀어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2 16:46

수정 2016.10.02 16:46

멍석도 제대로 안 깔고 K뱅크 본인가 내줄 판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 지난달 30일 본인가를 신청했다. 금융위원회는 연내 인가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조만간 본인가를 신청한다. 계획대로라면 인터넷은행 두 곳이 잇따라 정식으로 문을 열게 된다. 은행 라이선스가 새로 발급되는 건 24년 만에 처음이다.

팡파르라도 울려야 할 것 같지만 분위기는 침울하다.
인터넷은행의 발목을 은행법이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정체된 금융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대표하는 KT와 카카오가 각각 대주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법상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그같은 기대는 접는 게 좋다. KT 지분은 K뱅크의 8%, 카카오 지분은 카카오뱅크의 10%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4% 초과분은 의결권이 없다. 이래선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주도할 수 없다. 과거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으려 도입된 은산분리 규정은 산업자본의 은행업 참여에 육중한 빗장을 채워놓고 있다.

그래서 한국 금융은 어떻게 됐을까.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은 9월 말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했다. 한국은 3년째 종합순위 26위에 머물렀다. 경쟁력을 정체시킨 두 요소는 노동과 금융이다.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한 해 전에 비해 7단계 올랐지만 80위에 그쳤다. 여전히 아프리카의 우간다(77위)보다 처진다.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 금융은 전체 61개국 중 37위에 그쳤다.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는 금융산업의 경제 기여도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ICT 강국이다. 금융과 ICT 기술을 결합한 인터넷은행은 누구보다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은산분리 법규는 양발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라는 격이다. 이미 미국.중국의 핀테크 업체들은 첨단 러닝화를 신고 저만치 앞서 달리고 있는데 말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좀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은행법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길 막연히 기다려선 안 된다.
더구나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이다. 야당이 반대 입장을 꺾지 않으면 은산분리 완화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야당은 과연 이 규정이 4차 산업혁명이 꿈틀대는 21세기에도 유효한 규제인지 한번 더 고민하길 바란다. 인터넷은행 본인가를 내주기 전에 제대로 멍석이라도 깔아줘야 할 것 아닌가. 서민금융에 치중하겠다는 인터넷은행, 그것도 KT.카카오 같은 비재벌계 산업자본에 한해 은행 지분율을 50%로 높이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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