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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앤서니 곰리 '양자 구름'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3 17:02

수정 2016.10.03 17:02

인체는 잠시 인간이 머무르는 공간
[그림산책] 앤서니 곰리 '양자 구름'

위대한 현대조각가, 현대미술의 구도자 등으로 불리는 영국 출신의 조각가 앤서니 곰리(66)는 본인의 몸을 실제로 캐스팅한 인체 형상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해 혁신적인 형태를 창조해왔다. 한때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불교에 심취했던 곰리는 인간의 현존에 대한 연구에 집중한다. 그는 인간의 신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점유하는 공간영역 자체를 조명하고, 인체의 표면을 흐리는 모호한 경계를 설정해 기존의 인체 외형이 갖는 물리적 한계를 무시한다.

'양자(量子) 구름' 프로젝트 또한 마찬가지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기 전인 1999년, 런던 템스 강변에 위치한 밀레니엄 돔 옆에 무려 높이 29m, 사방 16m 크기의 철제 조각이 세워졌다. 아연도금된 철로 만들어진 기본구조 위에 각각 분리된 1.5m 길이의 철제 유닛 3600개를 사용했다.
이들을 용접해 만든 거대한 더미를 응시하면 내부에 인체의 형상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곰리는 총 30점의 '양자 구름' 시리즈를 2009년까지 제작했다.


'양자 구름'은 신체 영역의 범위를 우주공간으로 연장한다. 정교한 각도에 맞추어 용접된 무수한 철제 선으로 이뤄진 작품은 앤서니 곰리가 기존에 제작한 덩어리로 만들어낸 기념비적인 인체 조각과 달리 파편처럼 보이는 선들이 더 넓은 외부를 향해 뻗어나가는 형태를 하고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는 3차원의 인체는 잠시 인간이 머무르는 공간으로서 기능한다는 것, 그러므로 인간은 신체의 공간적 실재와 별개로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듯하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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