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 임금피크제 유명무실… 재점검 필요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3 17:11

수정 2016.10.03 17:11

임금피크제 진입한 직원 "고용연장보다 희망퇴직"
직원경력 존중 문화 필요
주요 시중은행들이 근로자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이하 임피제)를 도입해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피제에 진입한 직원들이 고용연장보다 희망퇴직을 선호하는 탓이다. 생산성 문제와 조직내 환경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이 논의되는 시점에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국내 5개 은행에 임피제가 적용된 근로자가 회사내에 남아있는 곳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은 올해 첫 차등형 임피제를 적용했다.
만 55~59세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를 평가해 성과우수자는 100% 임금을 지급해 고용을 연장하고, 그렇지 않은 직원은 첫 해 70%를 시작으로 매년 연봉을 줄여나가는 제도다. 올해 성과 연동형 임피제에 처음 해당되는 직원은 총 140명, 그 중 성과우수자 50명을 제외하고 임피제가 적용된 90명은 모두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임피제 대상 직원 109명이 모두 희망퇴직을 선택하며 잔류 인원이 한사람도 없다. KEB하나은행은 현재 노조 통합을 진행 중인 가운데 임피제 통합 역시 과제로 떠올랐다.

옛 하나은행은 만 55세부터, 옛 외환은행은 만 56세부터 임피제가 적용된다. 임금 지급률도 차이가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만 55세부터 59세 까지 직전년도 연봉의 80~40%를 차등 지급하고, 외환은행은 만 56~59세 까지 50~30%를 지급하며 희망퇴직을 선택할 때는 24개월치 급여를 준다.

반면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희망퇴직을 실시해 170명이 회사를 떠났지만 만 55세 이상 직원 440여명이 근무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12월 말 임피제에 진입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이 정례화 되고 있다. 희망퇴직을 선택하면 노사가 합의하에 26~30개월치 월 평균 급여를 지급 받는다. 회사 잔류를 결정할 경우, 일반 직무와 마케팅 직무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 직무를 선택하면 직전 연봉의 50% 수준을 5년간 지급받으며, 마케팅 직무를 선택할 경우 개인적인 성과에 따라 기존 연봉 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은행에는 만 55세 이상 임피제 대상 직원 500여명이 근무 중이다. 우리은행은 1년차 부터 5년차 까지 직전 연봉의 70~30%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희망퇴직자의 특별퇴직금은 28~30개월치 월 평균 급여를 지급한다.

은행 관계자들은 희망퇴직과 임피제는 개인의 선택 문제지만, 조직 내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피제는 평균 임금의 50%를 5년간 나눠받고, 희망퇴직은 2년반 임금을 한꺼번에 받기 때문에 금액 차이는 없다"며 "하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나이든 직원들의 생산성이나 다른 직원간의 관계, 추가 비용 등을 고려해 사실상 희망퇴직을 해주길 내심 바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임피제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선임 직원의 경력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피제에 진입한 선임 직원들의 성과를 중시하기보다 경력을 존중하고, 그들을 롤모델로 삼는 조직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꼭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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