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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약 개발 의지마저 꺾여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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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올리타정' 허가 유지.. 늑장 공시와 별도로 다뤄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문제가 됐던 한미약품 폐암 치료제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의 판매허가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임상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치료에 실패한 말기 폐암 환자에게는 부작용보다 유익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두 가지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 중심에는 올무티닙이 있다. 신약 개발의 최대 고비인 임상 2상 과정에서 올무티닙은 중증 부작용 3명이 발생했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8000억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 포기 결정을 내린 이유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가 지난 4월 사망자 발생 사실을 알고도 한 달 뒤 신속허가심사제도를 통해 허가를 내준 게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부작용 논란은 일단락됐다. 다만 식약처가 조건부 승인 대상을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말기암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나 뇌경색 같은 다른 질환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안전성과 관련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늑장공시 문제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33분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항암제 기술 수출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성 공시를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7시6분 베링거인겔하임에서 폐암 표적치료제 기술 수출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고도 이튿날 장이 열리고 29분 뒤에 공시를 했다. 호재와 악재 공시를 시간차를 두고 함으로써 피해를 키웠다. "고의성이 없다"고 했지만 투자자 보호 의무를 저버린 행위여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 파장은 바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신약 개발 리스크도 문제지만 늑장공시 등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게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도 강도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이례적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동시에 나섰다. 평소의 10배 수준으로 늘어난 공매도, 내부자거래 가능성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신약개발은 성공 확률 0.02%에 도전하는 모험산업이다.
최소 10년이 넘는 기간과 수천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돼야 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다국적 제약사들과 8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이번 사태가 고조된 국내 신약 개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