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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사건] 유치장 수감자 개방형화장실 용변.. 법원 "수치심 유발 정부 배상해야"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5 17:07

수정 2016.10.05 17:07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희망버스 운동을 기획한 혐의로 체포된 송경동 시인(49) 등 시민 42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유치장에 딸린 개방형 화장실을 이용하며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집회 등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연행된 이들은 짧게는 6시간, 길게는 48시간 동안 유치장에 머물며 구석에 설치된 개방형 화장실에서 용변을 해결해야 했다. 화장실은 1m 높이의 벽에 여닫이문만 설치된 형태로, 용변을 보는 모습과 소리, 냄새 등이 함께 수용된 유치인은 물론이고 경찰이나 다른 유치장에 수용된 사람 등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본인이 아닌 다른 유치인이 용변을 볼 때도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했다.

송씨 등은 2013년 3월 국가를 상대로 각 50만원씩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유치장에 수감된 동안 차폐시설이 불충분한 개방형 화장실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가는 유치장 내 자살 시도 등 사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조치라는 점과 예산확보의 어려움에도 유치장 내 화장실 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들어 개방형 화장실을 이용하게 한 것이 위법행위가 아니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하헌우 판사는 지난달 20일 "무죄가 추정되는 미결수용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구금의 목적인 도망.증거인멸의 방지 및 시설 내의 규율 및 안전 유지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며 "국가는 송씨 등에게 각 10만원씩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런 형태의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인간으로서 수치심과 당혹감, 굴욕감을 느끼게 됐을 것"이라며 "존중돼야 할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공권력 행사로, 객관적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소송기금을 지원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헌법재판소 결정과 스스로 세운 방침조차 지키지 않은채 개방형 화장실을 유지하고 있는 경찰에 경종을 울렸다"며 "경찰은 유치장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2001년 헌법재판소는 '차폐시설이 불충분한 화장실 설치 및 관리행위가 유치인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헌재 결정으로부터 11년 뒤인 2012년 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치장이 있는 전국 112개 경찰서 가운데 70곳(62.5%)에서는 밀폐형 화장실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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