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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사들일 채권 '바닥'.. 양적완화 축소론 수면위로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5 22:33

수정 2016.10.05 22:33

과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처럼 양적완화(QE)로 경기부양을 노려온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과 비슷한 방식으로 'QE 축소'(테이퍼링)를 검토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QE 종료와 연장을 두고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이하 현지시간) ECB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ECB가 2017년 3월 말 QE 종료까지 한 달에 100억유로(약 12조4986억원)씩 QE 규모, 즉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보도 직후 유로화 환율이 출렁이고 독일, 프랑스, 스페인 국채 금리가 동반상승하는 등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QE는 중앙은행이 국채 같은 자산을 사들여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경기부양책으로, ECB는 지난해 3월 발표에서 올해 9월까지 매월 600억유로의 자산을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은행은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QE 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고, 올해 3월 회의에서는 매입 규모를 월 800억유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8일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QE 조치는 내년 3월까지 유지되며 더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ECB는 이번 블룸버그 보도와 관련, e메일 성명을 내고 "ECB 이사회는 해당 주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QE 종료 시한까지 남은 정기 통화정책회의는 이달 20일을 포함해 네 번뿐이다. 블룸버그는 ECB의 QE 축소가 과거 연준의 방식과 비슷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2009년부터 QE를 실시했던 연준은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3년 12월부터 QE가 끝난 2014년 10월까지 자산매입 규모를 매월 100억달러(약 11조1450억원)씩 줄였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ECB의 향후 정책 방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네덜란드은행 라보방크에 따르면 ECB가 지난달 초까지 매입한 채권은 1조20억유로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의 7분의 1에 달한다. ECB는 사들일 국채가 부족해지면서 지난 6월부터 일반기업 회사채까지 사들여 더 이상 QE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샀다. 다국적 투자은행인 제프리스 인터내셔널의 마르첼 알렉산드로비치 유럽 담당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내년 3월 이후에도 매월 800억유로씩 최소 6개월간 QE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ECB가 이후 내년 후반부터 2018년 3월까지 QE 축소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이는 가설에 불과한 출구전략으로, 궁극적인 결정은 물가상승률 전망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ECB는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2017년과 2018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1.2%와 1.6%로 발표하고 목표치(2%)에 점차 가까워진다고 분석했다.
2019년 전망은 올 12월에 나올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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