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노인 암환자, 치료 과정에서 삶의 질 측정 지표 개발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6 17:15

수정 2016.10.06 17:15

노인 암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개발됐다.

한림대학교의료원(혈액종양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과 한림대학교(사회복지학과, 통계학과)가 공동으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노인 암환자 600명의 삶의 질을 6개월 간격으로 조사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노인 암환자가 항암화학치료 직후에는 삶의 질이 낮아지고 우울이 증가했다. 특히 삶의 질이 낮은 집단은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치료 과정에서 노인 암환자의 삶의 질을 예측할 수 있는 지수를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의학과 사회복지학적 개입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우울의 정도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노인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학제간 융합종단연구'에서 발표됐다. 융합종단연구에는 △5년간의 연구 총 정리(윤현숙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5 waves에 걸친 노인 암환자 삶의 질 궤적(남일성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인 암환자의 삶의 질 지수(Index) 개발(박현숙 한림대학교 금융정보통계학과 교수) △의사의 노인 암환자에 대한 암 고지 태도(최대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노인 암환자의 가족수발자의 상호의존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최경원 한림대학교 고령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노인 암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입 프로그램 효과(임연옥 한림대학교 고령화사회연구소 교수) 등의 내용으로 연구가 이뤄졌다.

노인 암환자는 중장년 암환자에 비해 생존보다 삶의 질을 더 중시하지만 그 동안 노인 암 환자의 삶의 질 지수와 관련된 패널연구는 전무했다.

특히 노인 암환자의 경우 '대부분 나이가 들면 우울이 증가한다'는 편견 때문에 식욕부진이나 불면증 등의 증상이 암 치료과정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학제간 융합종단연구팀은 한림대학교의료원 산하 5개 병원과 서울삼성병원, 아주대병원 등 총 7개 병원에서 항암화학치료를 받고 있거나 받은 55세 이상 암환자 600명을 6개월 간격으로 5차례에 걸쳐 추적반복조사를 시행했다.

연구팀은 노인 암환자의 연령, 성, 학력, 거주지역, 혼인상태, 종교, 직업 등의 인구사회학적 특성분포를 바탕으로 낙관성, 가족 지지, 친구 지지, 의사 지지 등의 요인을 분석해 노인 암환자의 삶의 질과 우울 궤적을 확인했다.

이 결과 노인 암환자는 항암화학치료로 삶의 질이 낮아지고 우울수준이 높아지지만 전반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호전되는 것을 발견했다. 삶의 질과 우울수준의 변화에는 암의 종류, 학력, 가족 지지, 친구 지지, 낙관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삶의 질이 매우 낮거나 우울 수준이 높은 집단의 경우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으며 암환자의 우울이 높아질 때 가족수발자의 우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노인 암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삶의 질을 예측할 수 있는 지수 개발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우울을 개선하기 위한 개입서비스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현숙 한림대학교 금융정보통계학과 교수는 "삶의 질을 계량화하는 삶의 질 지수 측정모형을 제시해 노인 암환자의 삶의 질을 원스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구축했다"며 "삶의 질 지수에 따라 노인 암환자를 고위험군, 위험군, 보통군, 낙관군, 매우 낙관군으로 분류하여 의료 및 사회복지학적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등 임상현장에서 의미 있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노인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입으로 의학적 측면에서 노인 암환자에 대한 의사의 암 고지 태도 개선을 제안했다. 의사의 노인에 대한 태도가 암 진단, 치료방법의 결정, 생존률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88개 병원의 의사 274명에 대한 설문조사 및 의사 8명에 대한 개별 심층면접을 시행했다.

이 결과 △의사가 환자 본인에게 암에 걸린 사실을 말하는 경우는 8.4%에 불과했으며 △가족에게 먼저 알린 후 환자에게 말하는 경우가 18.6%, △가족에게 먼저 설명한 후 가족이 환자에게 설명하는 경우가 71.2%로 조사됐다.
또 노인 암환자에게는 치료방법과 과정, 부작용, 예후, 치료비 부담정도 등에 대한 설명도 중년 암환자에 비해 덜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대영 한림대 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노인 암환자가 자신의 병명과 상태를 정확히 인식한 후 치료방침을 정함에 있어서 환자 본인의 의견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노인에 대한 과보호를 효도로 여기는 가족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현숙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던 노인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며 "이번 학제간 융합종단연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노인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