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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치기’ 9개월새 27차례.. 500만원 챙겨

60대 택시기사 결국 '쇠고랑’
#. 올해 초 A씨는 황당한 교통사고를 2차례 경험했다. A씨는 지난 4월 13일 밤 11시 15분께 차량을 몰고 서울 영등포동 한 골목을 지나다 '퉁'하는 소리에 차를 멈춰 세웠다. 이때 A씨는 정모씨(64)를 처음 봤다. 정씨는 A씨에게 "차 사이드미러에 손목을 부딪쳤다"며 다짜고짜 합의금을 요구했다. A씨가 절차대로 하자고 요구하자 정씨는 "파스값만 달라"며 갑자기 흥정을 했다. A씨는 '복잡한 일을 만들 필요는 없겠다' 싶어 만원짜리 2장을 건넸다. 이틀 뒤인 15일 밤 10시께 A씨는 같은 장소에서 또 사고를 냈다. 차량 밖으로 나오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정씨였다. 그는 이번에도 손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A씨는 보험사기를 직감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주택가 골목 등에서 자신의 신체 일부를 차량에 일부러 부딪쳐 보험금을 타낸 60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같은 수법으로 운전자와 보험사로부터 합의금과 보험금을 타낸 택시기사 정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일명 '손목치기' 수법으로 27회에 걸쳐 500만원을 편취한 혐의다. 정씨는 지난 3월 19일 오후 8시 45분께도 서울 수유동 대한병원 뒤 골목길에서 K5 승용차량 사이드미러에 일부러 손목을 접촉해 보험금을 타냈다. 정씨는 피해 운전자들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한 건당 30만~40만원을 받아냈다. 또 운전자가 합의하지 않으면 보험처리를 요구해 보험사로부터 1차례에 수십만원씩 타냈다.

일부 운전자가 사기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면 그때마다 "다친 데 없다"고 발뺌해 경찰 수사를 피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과거에도 보험사기 혐의로 경찰에 2차례 구속됐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정씨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자신의 택시를 이용해 진로변경 차량들에 고의로 접촉하는 수법으로 총 32회에 걸쳐 44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1월부터 같은해 9월까지는 진로변경과 손목치기 수법으로 총 11회에 걸쳐 1235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정씨는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다. 차량 사이드미러에 손목을 부딪치는 수법은 블랙박스 영상에 잘 찍히지 않는데다 경찰이 주변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를 확인했지만 고의성 입증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올 3월부터 각 경찰서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TCS) 및 보험접수 현황을 수집.분석하는 등 6개월 동안 장기 수사 끝에 정씨를 또 다시 검거했다.

정씨는 "보험금을 받은 기억은 있지만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두 번 이상 손목치기 수법으로 합의금과 보험금을 타낸 경우가 3건이나 되는 등 손목치기 수법으로만 9개월 동안 27차례 사고를 냈다"며 "CCTV 영상에 고의로 접촉한 장면이 명확히 포착됐고 피해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해 이번에는 구속했다"고 말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