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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없다

강요배 '뜨락'
[그림산책]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없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붓, 무심한 듯 얹힌 색색의 물감, 깊이가 느껴지는 다채로운 색. 강요배(64)의 작품에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도 하나의 의미를 담아낸다.

붓이 스친 흔적은 바람에 흔들리고 나부끼는 뜨락의 움직임으로 남았다. 물감이 찍힌 자리는 노랗고 붉은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꽃이 되고 풍경이 되었다. 제주의 거친 바람과 그 소리까지 담아내는 공감각적인 강요배의 작품은 풍경이 풍경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976년, 스물 넷의 나이에 첫 전시를 열었던 제주는 작가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나고 자란 육체적 고향을 넘어, 그의 일평생 바라보고 그리는 대상으로서 작가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는, 작가 그 자신이나 다름없다. 제27회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한 작가는 올 5월과 6월에 걸쳐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서 전시를 했다. 그리고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진행된 대규모 기획전 '시간 속을 부는 바람'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평생을 회고하는 기념이 될 전시를 진행했다.

'제주민중항쟁사' '동백꽃 지다' 등을 통해 제주의 슬픔과 역사를 어루만지는 그의 화폭은 삶을 위로하고, 따듯하게 품어주는 예술의 넉넉함과 아름다운 힘을 보여주고 있다.


"삶의 풍파에 시달린 자의 마음을 푸는 길은 오직 자연에 다가가는 것뿐이다. 부드럽게 어루만지거나 격렬하게 후려치면서, 자연은 자신의 리듬에 우리를 공명시킨다. 바닷바람이 스치는 섬 땅의 자연은 그리하여 내 마음의 풍경이 되어간다."

김현희 서울옥션 수석스페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