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엘리엇 제안과 삼성의 구상 비슷.. "이재용 부회장, 지배력 강화 좋은 기회"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6 22:09

수정 2016.10.06 22:09

엘리엇 제안과 삼성의 구상 비슷.. "이재용 부회장, 지배력 강화 좋은 기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 분할 및 지주회사 시나리오를 권유해 앞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27일 열리는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는 가운데 엘리엇의 이 같은 요구가 더해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은 '공론화하기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엘리엇도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주주인 만큼 회사 측은 주주의 요구를 검토하는 명분을 갖춘 데다 엘리엇이 공개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또한 그동안 시장과 삼성이 구상해온 방안과 거의 일치해 삼성에도 기회라는 분석이다.

■엘리엇이 당긴 삼성 지배구조 '방아쇠'

엘리엇은 6일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삼성전자와 오너 일가가 이룬 업적을 지지하고, 지주전환을 통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 필요성도 인정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를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리→삼성전자 홀딩스와 사업회사 간 지분 스와프 및 공개매수를 통해 지주 설립→삼성전자 홀딩스와 삼성물산 합병→금산분리를 위해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금융 지주회사 설립'이라는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방안까지 제안했다. 이는 그동안 시장이 그려온 지배구조 개편 구도와 대체로 같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삼성이 스스로 꺼내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 전환의 명분을 엘리엇이 세워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방안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돼 왔다.

삼성전자 지분은 의결권 없는 자사주(우선주)가 15.7%로 가장 많고 이어 보통주인 자사주가 12.8%다. 최대주주는 7.43%를 보유한 삼성생명이고 삼성물산 4.18%,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3.55%, 삼성화재 1.30%,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0.76%, 이재용 부회장 0.59%를 각각 갖고 있다. 자사주를 제외한 삼성 측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18.15%(삼성생명 특별계정 0.54% 포함)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를 넘어 이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삼성전자 홀딩스로 이재용 지배력 강화하나

문제는 비용이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지면서 삼성전자 지분 1%(164만327주)를 확보하려면 주당 가격 160만원 기준 2조6245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은 이 같은 비용부담 없이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 등 삼성 측의 지분을 늘리는 방안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자사주 의결권 부활→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 합병' 등이 현실화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홀딩스 지분율을 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삼성전자 홀딩스는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율을 30%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삼성 가문은 세금 혜택과 함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늘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엘리엇의 제안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매우 좋은 기회"라고 보도했다.


상법 363조의 2(주주제안권) 규정에 따르면 주주 제안권을 가진 주주는 주총 6주전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 제출로 안건을 제안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는 27일 삼성전자 임시주총에서 엘리엇의 주장은 안건으로 채택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제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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