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케이블TV 산업도 변신 노력 시급
글로벌 케이블TV 업계가 잇따라 변신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방송사업만으로는 더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성장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새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이동전화와 인터넷 등 결합상품 시장에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 이동통신 서비스에 나서는 사례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케이블TV 업계도 투자를 늘리고 신규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등 글로벌 추세에 맞춘 변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美컴캐스트, IoT·알뜰폰 준비 중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1위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 컴캐스트는 반도체 업체인 셈테크와 협력해 로라(LoRa) 기반의 IoT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말 미국 필라델피아와 샌프란시스코에 로라망을 구축해 각 가정의 전기나 가스 스마트검침과 환경(온도·오염·소음 등) 모니터링 등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로라망은 IoT 전용망으로 싼 값에 많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IoT는 수많은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도록 하기 때문에 기존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IoT 전용의 로라망을 이용하면 싼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컴케스트는 케이블TV 가입가구를 대상으로 싼 값에 스마트검침 서비스를 시작하면 바로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컴캐스트는 앞으로 가스사업자, 전기사업자 등과 협력해 자사 IoT 서비스를 스마트검침 등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컴캐스트는 이 밖에도 현재 1500만개의 와이파이(Wi-Fi) 핫스팟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버라이즌 이동통신망을 빌려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을 추진 중이다. 2800만 가구의 가입자들에게 알뜰폰 서비스를 결합판매 하겠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한 전문가는 "SO는 각 가정으로 통하는 초고속 방송망과 유선인터넷망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디지털 케이블TV 이용 가구는 셋톱박스도 갖고 있어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변화의 기로에 놓인 국내 케이블TV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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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SO들이 인터넷TV(IPTV) 등과 경쟁하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혁신을 준비 중이다. 국내 케이블TV 업계는 최근 공동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3월 중 스마트홈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 업계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또 케이블TV의 결합상품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향후 제4이동통신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블TV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업체별로 알뜰폰 서비스를 개별 제공하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제4이동통신 등 케이블TV만의 독자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구축해 모바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업계의 의지다. 2015년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가입자수 증감율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2030년도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수를 예측해보면 IPTV와 위성방송은 총 3184만8000명이 되지만 케이블TV는 이에 절반에도 못미치는 142만으로 감소한다.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거나, 혁신서비스 개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케이블TV의 쇠퇴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유료방송 업계 한 전문가는 "케이블TV가 과거 아낌없는 정책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현재의 경쟁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미 유료방송시장이 경쟁상황에 접어든 이상 과거의 영광은 재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에 나서지 않으면 제2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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