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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긱(Gig) 경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1 17:29

수정 2016.10.11 17:29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과 같은 개념의 기업이 등장하고 보편적인 노동 형태가 정착됐다. 기업이 근로자와 고용계약을 맺고 고정적인 급여와 복리후생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또는 온라인을 통해 물품이나 서비스를 즉시 제공하는 온디맨드(on-demand) 경제가 확산되면서 200년을 이어온 고용방식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기업과 근로자가 고용계약이 아닌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는 형태, 이른바 '긱 경제(Gig Economy)'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긱'이란 1920년대 미국 뉴욕의 재즈 연주자들이 단기계약을 맺고 공연한 것을 말한다.

예컨대 우버의 택시기사나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숙박호스트는 온라인 플랫폼업체와 단기계약을 맺은 일종의 프리랜서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긱을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긱 경제는 대리운전, 가사도우미, 심부름대행, 요리사, 심지어 법률.의료 컨설팅까지 서비스영역을 넓히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근로자 중 20~30%가 긱 경제에 속해 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혁명의 결과물인 긱 경제는 뜨거운 논쟁도 유발하고 있다. 고용 유연성을 극대화하고 새 일자리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고용 안정성과 일자리 질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찮다. 긱 경제는 한때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긱 경제로 인해 미국인들이 부가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서비스직의 고용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도 긱 경제의 순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MGI 설문조사 결과 긱 경제에 속한 노동자 대부분이 자유로운 근무시간 등을 이유로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이들의 일자리가 부업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일자리가 주업이 되면 만족도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일자리를 송두리째 뒤흔들 전망이다. 긱 경제는 그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다.
직장은 없고 직업만 있는 시대, 정규직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