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경제학으로 경제를 예측할 수 없는 이유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3 17:29

수정 2016.10.13 17:29

대부분 이론들은 통계 중심
개인의 자유의지서 나오는 돌발상황까지 고려하지 못해
기업가의 생각 반영되도록 규칙이 잘 돌아가느냐가 중요
금융.소득불평등 등 개혁, 지식과 권력의 균형 갖춰야
경제학으로 경제를 예측할 수 없는 이유

우리는 날마다 변하는 주택 가치나 주식시장의 시세를 예측하지 못한다.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해야 평생 가장 많은 소득을 거두거나 가장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을지도 예상하지 못한다. 문제는 경제학이 삶의 이런 돌발적인 요소를 간과해 버렸다는 점이다.

애덤 스미스 이래로 현재까지 경제학은 경제적 문제들을 수학적으로 계산해내는데 집중했다. 경제를 공급과 수요의 상호작용으로 계산하며 최대한 불확실한 요소를 제거하고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점에서 현대 경제학은 '뉴턴의 물리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위기는 이처럼 통계 중심의 경제학으로는 도저히 분석할 수 없고 극복할 방안도 제시할 수 없다.

저자는 그것은 기존 경제학 모델이 경제시스템 원리를 명확하게 밝혀내긴 했지만 인간의 자유의지와 창의성에서 비롯되는 돌발 상황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현대 디지털 혁명으로 순식간에 많은 정보가 유입되면서 발생한 혁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우리 경제의 치명타로 작용했다.

지식과 권력 조지 길더 / 세종연구원
지식과 권력 조지 길더 / 세종연구원


지난 1981년 '부의 빈곤'을 통해 기존 자본주의 이론을 넘어 공급주의 경제학을 제안하며 '레이건 대통령이 가장 많이 이용했던 생존 작가'로 이름을 알린 저자는 이제 클로드 섀년의 정보이론을 적용한 '자본주의 정보이론'을 제시한다. 자본주의 정보이론에 따르면 경제발전의 핵심동력은 정부 지시나 전문가의 도움, 확실한 시장 없이도 스스로 새로운 제품, 서비스, 사업계획, 프로젝트를 창출하는 기업가들이다.

경제성장과 발전, 일자리와 복지, 시장의 수요는 모두 이런 기업가들의 창조에서 비롯된다. 예측 불가능한 기업가의 자유의지는 돌발적인 정보로서 시장에 높은 엔트로피와 무질서를 초래한다. 이런 고엔트로피 정보가 시장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권력의 역할이다. 따라서 정부는 예측할 수 있는 저엔트로피 매개체를 제공해 정보가 시장에 적응하고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저엔트로피 매체란 법규와 질서, 재산권 보호, 회계의 투명성, 통화의 안정성, 적절한 과세수준과 같은 안정된 환경을 의미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자본가 없는 자본주의'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권력이 고엔트로피인 정보와 투자가 아닌 저엔트로피 매체인 돈과 금융에 치중됨으로써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의 목표는 이런 지식과 권력 간의 분리를 종식시키고 자본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기업가에게 유입되도록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대 경제의 미래는 창조적 기업가의 지식이 시장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질서와 규칙이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금융뿐 아니라 소득 불평등, 에너지, 세금, 공정공시 제도 등의 개혁을 통한 지식과 권력의 균형을 주장한다. 이런 논의와 합의 과정을 통해 저엔트로피 매개체가 자본주의라는 고엔트로피 체제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때 경제 회복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비영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디스커버리 인스티튜트'의 공동 창립자이며 '이코노미스트', '와이어드', '월스트리트 저널'의 주요 기고자였다. 닉슨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 사회와 첫발을 내디딘 그는 '부와 빈곤'의 출간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리지만 마흔 이후 돌연 테크놀로지 혁신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그는 캘리포니아공대 카버 미드 교수의 미소전자학 연구실에서 물리학과 미적분의 기초를 다지며 양자혁명이 어떻게 정보화 시대를 열었는지 탐구했다.

리서치 전문기업인 엔시마 글로벌의 데이비드 말패스 회장은 "조지 길더는 그의 훌륭한 저서에서 거시경제학의 핵심적 원칙들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기업가의 가치와 정보의 돌발성에 기초한 낙관적인 대안들을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질서를 찾고자 한다.
21세기 자본주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이번 책은 그의 일생일대의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