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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제주, 어떤 신화가 담겨 있나요?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3 18:08

수정 2016.10.14 08:42

설문대할망이 흙 퍼다 만들었다는 ‘제주의 신화’ 알고 있나요?
설문대할망이 한라산 봉우리를 떼어 바다에 던져 만들었다는 산방산
엄마 젖무덤 같은 오름, 오름들 .. 제주의 속살 간직한 김영갑 갤러리
저마다의 추억이 서린 제주도.. 올 가을엔 어떤 얘기가 펼쳐질까

"옛날 옛적에 몸집이 아주 큰 설문대할망이 있었다. 설문대할망은 힘 또한 장사였는데 어느날 치마폭에 흙을 가득 퍼 날라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 붓기 시작했다. 얼마나 부지런히 날라다 부었는지 바다 위로 섬의 형체가 만들어졌다. 저절로 만들어진 오름들이 보기 좋았는지, 설문대할망은 흙을 집어 섬 여기저기에 오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흙을 너무 많이 집어놓았다 싶은 것은 주먹으로 봉우리를 탁 쳐서 균형을 맞췄다. 드디어 섬 한가운데에 은하수를 만질 수 있을 만큼 높은 산이 만들어졌다.
바로 한라산이다. 그런데 산이 너무 높아 보였는지 봉우리를 툭 꺾어 바닷가로 던졌다. 남서쪽 바닷가로 날아간 봉우리는 산방산이 됐다."
제주도는 경치가 빼어난 곳이 많다. 여행 목적과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이 모두 다르겠지만 제주의 풍광만큼은 놓칠 수 없다. 푸른 바다 위의 일출봉과 우도, 한라산, 거문오름에서 바라보는 분화구, 서귀포 칠십리공원에서 보는 천지연폭포, 섭지코지 촛대바위 일출, 지삿개 주상절리와 중문해변 절경, 협재해변에서의 저녁노을 등 제주 7대 비경 뿐 아니라 숨겨진 비경이 넘쳐난다.

비경과 함께 제주도 탄생 설화 등 각종 전설도 품고 있다. 제주도 탄생설화에는 한라산 뿐 아니라 산방산과 오름이 만들어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당신의 제주, 어떤 신화가 담겨 있나요?


제주도의 여러 오름 중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와 세화리에 걸쳐 있는 다랑쉬오름에 올라가봤다. 비자림과 용눈이오름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다랑쉬오름은 산봉우리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랑쉬오름은 제주 동부지역의 오름들 중에서 비고가 가장 높은 오름이다. 오름의 외형은 둥글면서 몹시 가파른 비탈을 이루고 있다.

다랑쉬오름에 올라서면 한라산, 오름, 바다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천혜의 자연 경관과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마을들이 소박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분화구 초입에서 보이는 우도, 성산일출봉, 지미봉, 용눈이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등의 경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한라산과 그 품속에 안긴 오름 군락들, 그리고 사방으로 펼쳐진 제주의 풍광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날씨와 계절,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제주의 자연은 설문대할망의 창조의 손길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설문대할망이 바닷가로 던진 봉우리인 산방산 앞에는 용머리 해안이 펼쳐진다. 용머리 해안은 용암대지가 생기기 이전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수성화산체로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이다. 해안 절벽이 오랜 기간 퇴적과 침식에 의해 그 형상이 마치 용의 머리를 하고 있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용머리 해안의 대부분은 현무암질 응회암으로 이뤄져 있으며 분화구는 높이에 비해 큰 응회환을 형성하고 있다.

용머리 해안은 제왕의 탄생을 우려한 진시황의 사자 고종달이 혈맥을 끊기 위해 용의 꼬리를 자르고 허리를 두 번 내리친 다음 머리를 자르자 피가 솟구쳐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용머리 해안은 오랜 기간의 침식 작용에 의해 절벽 아래는 파식대지가 펼쳐져 있고 절벽 위에는 수많은 풍화혈을 만들어 성산일출봉, 수월봉 등과는 다른 수성화산체의 지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JDC)이 직접 개발 시행자로 나선 신화역사공원 J지구에는 기존 시설지와 옛길을 정비해 제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돌담길과 함께 전시.문화 공간의 쉼터를 조성했다.

탐방로는 삼성혈.김통정장군 유적지.영등할망.차귀도.오찰방.산방덕.서귀본향당풀이.감목관댁 김댁.토산웃당.용궁올레.궤네깃당 본풀이.신촌리일렛당.천지왕본풀이 설문대할망.이공본풀이 등 제주 지역에 분포돼 있는 여러 신화를 조형물과 함께 소개했다.

당신의 제주, 어떤 신화가 담겨 있나요?

당신의 제주, 어떤 신화가 담겨 있나요?


제주에는 빼어난 풍광도 볼만하지만 현지에서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여행지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학자이자 예술가인 추사 김정희는 헌종 6년(1840년) 55세가 되던 해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돼 약 8년간 제주도에 머물렀다. 유배 초기에는 포교 송계순의 집에 머물다가 몇 년 뒤 지금의 추사 유배지인 강도순의 집으로 옮겨왔다. 이곳에서 살면서 제주 지방 유생들에게 학문과 서예를 가르쳤으며 제주 지역의 학문 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

차를 매우 좋아했던 김정희는 다도의 대가인 초의선사와 평생 우정을 나눴으며 제주 지역에 차 문화를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김정희는 추사체를 완성하고 생애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세한도'를 비롯해 많은 서화를 남겼다.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개조해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는 20여년간 제주의 자연을 사진에 담아온 사진작가 김영갑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영갑은 충남 부여 사람이지만 때묻지 않은 제주의 자연에 매료돼 1985년 제주에 정착해 2005년 마흔여덟 젊은 나이에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제주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으며 살았다. 한라산의 옛 이름이기도 한 이곳 '두모악'에서는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옛 모습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제주의 속살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경기 가평 남이섬을 유명 관광지로 만든 강우현 대표가 제주 한림읍 금악리에 '탐나라 공화국'이라는 이름의 테마파크를 만들고 있다. 제주의 흙과 돌을 주제로 한 자연생태 테마파크인 탐나라 공화국은 버려지고 쓸모없는 재료들을 재활용해 보기좋은 관광상품으로 재탄생시킨 남이섬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강 대표는 "어떠한 투자를 받지 않고 맨손으로 조성한 생태 공원"이라며 "이곳을 보고 싶은 관람객들은 꽃씨나 나무를 들고 찾아오면 된다. 들고 올게 없으면 이곳에 와서 일을 하며 놀면 된다"고 소개했다.
탐나라 공화국은 아직 정식 개장은 하지 않았지만, 사전에 신청을 하면 관람이 가능하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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