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방미 중인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 평생 현대 정치역사에서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선거와 선거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대선후보를 본 적이 없다"며 "이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그같은 선거조작 주장도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의 발언이 미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을 약화시키고 덜 위대하게 만드는 한가지 방법은 이처럼 초당적이며 2세기 넘게 민주주의를 유지하도록 한 기본적인 미국 전통들을 당신(트럼프)처럼 배신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를 향해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징징거리기 시작하는가. 상황이 나쁘게 돌아가고 패배할 때마다 또다른 누군가를 비난하기 시작할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 자리(대통령)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만 징징거리고 당신의 주장을 펼쳐 보이며 표를 얻을 것을 충고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 1·2차 대선후보 TV토론 패배와 잇단 성추문 보도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밀리면서 '선거조작 프레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CNN는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트위터에 "이번 선거는 사기꾼 힐러리를 미는 부정직하고 왜곡된 언론에 의해 완전히 조작됐다. 많은 투표소에서도 그렇다(조작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17일에도 트위터에서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투표 사기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공화당 지도부는 왜 지금 일어나는 일(선거조작)들을 믿지 않나? 순진하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선거조작 의혹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인사들조차 외면하고 있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는 지난 16일 "대선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전적으로 미국의 선거 시스템을 믿고 있으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는 성명을 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선거조작 주장에 대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선거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면서 미국 정치 시스템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브레든 전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수석 카운셀러는 "이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자가 이기고 패자가 진다는 것"이라며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패자를 지지하는 이성적인 사람들이 승자가 이겼다고 믿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글라스 브리클리 라이스대 역사교수는 "역사는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불법적인 일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이 시점에 트럼프처럼 허황된 발언을 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정신이며 본질적으로 반미국적이다"라고 비난했다. sjmary@fnnews.com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