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제 잔재' 국민학교, 초등학교 된지 언젠데 유치원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4 15:00

수정 2016.10.24 15:00

유아학교 변경 제기에도 수년째 '답보'
국민학교 명칭이 초등학교로 바뀐 지도 20년이 지났으나 또 다른 일제 잔재라고 평가받는 유치원이라는 명칭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유아학교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보육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일제 잔재, 지금이라도 청산해야”
24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유치원 명칭은 일본인들이 자녀 유아교육을 위해 1897년 부산에 세웠던 ‘부산유치원’에 기원을 두고 있다. 유치원은 독일말로 유치원을 뜻하는 ‘Kindergarten(어린이들의 정원)’을 일본식 조어 방식으로 만든 말이다. 중국은 1945년 해방 이후 유치원 명칭을 ‘유아원’으로 변경했다.



이일주 공주대 교수는 “1996년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꿀 때 유치원 명칭도 같이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관심을 받지 못했고 2004년 유아교육법을 만들 때도 이야기가 있었으나 논의가 미뤄졌다”며 “지금은 누리과정 시행 등 유보(유아교육+보육) 통합을 추진하려는 상황인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쓰고 있는 공식 명칭 ‘프리스쿨(preschool)'에 맞춰 우리도 유아학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수년째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꾸자는 의견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교총 출신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 역시 관련된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2차례 발의했으나 무산됐다.

교총 관계자는 “일제잔재 청산 등 차원에서 유아학교로 바꾸는 것이 맞다고 보고 11월 교육부와 본교섭 때 유치원 명칭 변경안을 강력히 전달할 예정”이라며 “학교라는 이름이 공공성이 있어 어린이집 쪽에서 반대 의견인 것으로 알지만 이제 누리과정도 시행 중인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는데다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리과정도 말 많은데 시기상조”
이에 대해 사립유치원 단체나 어린이집 단체는 반대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다소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용기 수석부이사장은 “법상 유치원은 학교인만큼 유아학교로 바꾸는 게 좋다”면서도 “사립유치원은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지원을 못 받고 있는 문제부터 해결돼야 하고 국공립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사립유치원은 경영권 등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유치원이 학교로 명칭이 변경될 경우 해당 명칭으로 인해 어린이집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다소 우려된다”고 전했다.
시민단체인 국가교육국민감시단 김정욱 사무총장은 “학교라는 명칭은 국가 책임성을 인정하는 용어로 국민들에게 인식되지만 80% 이상 유치원을 사립에 의존하고 교육비 역시 개인에 더 의존하는 형편”이라며 “누리과정 예산도 확보하지 못해 옥신각신하는 상황에 유아학교로 명칭만 변경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며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개명하는 방안을 담은 유아교육발전을 위한 서울시교육청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그대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