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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글지도 반출과 국가 자존심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4 18:11

수정 2016.10.24 18:11

[기자수첩] 구글지도 반출과 국가 자존심

글로벌 인터넷기업 구글의 영향력을 시험해볼 무대가 곧 펼쳐진다. 동시에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위치인지를 보여줄 무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를 결정하는 측량성과(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가 바로 그 무대다.

한국 정부는 일단 협의체에서의 결정을 다음달 말로 미뤘고 이번주에는 구글 본사 임원과 만나 입장을 들어볼 예정이다. 처음으로 지도 반출 결정을 놓고 벌어진 협의체 회의가 연기된 것은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과 국내 여론 눈치보기를 동시에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협의체에선 국익을 위한 논리가 치열하게 맞서고 있지만 외교적 차원에서 구글에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를 줘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떠나 구글이 제대로 대가를 치르고 한국 정밀지도 데이터를 가져갈지를 봐야 한다. 외교적 사안이란 명분으로 외국 기업에 푼돈 정도 받고 공들여 만든 지도 데이터를 넘겨주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스스로 구기는 일이다. 구글이 한국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대통령까지 초대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육성센터 개소식을 열었고 지난 8월 말에는 지도 반출 협의체가 열리기 직전 사회공헌 프로젝트 규모를 확대한다고 밝히며 적절한 타이밍에 생색을 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거둬들이는 수조원 규모의 매출과 달리 제대로 된 세금도 내지 않는 조세회피 의혹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봐도 국가로서의 자존심이 구겨진 상태다. 구글은 지금 미국 정부를 내세워 한국 정부를 앞에 두고 기술 운운하며 지도를 달라고 한다. 국정감사에서도 입장변화 없이 지도를 가져가야겠다는 구글의 태도는 너무도 뻣뻣했다. 구글이 글로벌 거대기업이라고 하지만 기업일 뿐이다. 오바마 정권의 비호를 받는 기업이라고 해도 기업일 뿐이다. 그런 기업에 처음으로 여러 부처가 모여 협의체까지 구성해 지도 반출 명분을 만드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그들이 한국 정밀지도 데이터를 받아서 어떤 일을 하든 그건 나중 일이다. 문제는 결국 그에 걸맞지 않는 값어치에 지도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국민의 실생활에 당장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멀리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번 주 구글과 우리 정부가 어떤 만남을 가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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