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 멸망의 원인도 흔히 듣던 역사적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양에서는 로마가 생기고 그리스에서 첫 올림픽이 열린 BC 771년쯤이다. 주나라 유왕의 왕비는 늘 입술이 붉고, 이가 희어 단순호치(丹脣皓齒)의 주인공이 된 포사라는 여인이었다. 포사는 요즘 말로 우울증을 앓았던지 전혀 웃음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에 포사가 웃는 것을 알게 된 유왕은 백성들로부터 막대한 양의 비단을 거뒀고, 궁궐에 그 비단 찢는 소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싫증난 포사는 더는 웃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화가 잘못 올랐다. 허둥대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고 포사가 웃자 주왕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봉화를 올렸다. 결국 견융족이 쳐들어와 봉화를 올렸으나 모이는 군사가 없었다. 이 얘기는 나라를 기울게 한 경국지색의 원전이 됐고,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경계할 때 쓰는 고전이 됐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국회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전말에 대해 "제가 그것을 알았다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고 국정감사 위증 논란을 부인했다. 앞서 이 실장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최씨의 연설문 개입 관련 질의에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개탄스럽다. 입에 올리기도 싫다"고 했다. 이 실장은 청와대 2인자로서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강 건너 불구경만 했어도 문제,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어쩌다 나라가 이 꼴이 됐는지 모르겠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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