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윌리엄 화이트 "중앙은행의 믿음은 잘못됐다" 양적완화 정책에 쓴소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7 16:30

수정 2016.10.27 16:30

"세계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면 지속가능한 총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착각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윌리엄 화이트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의장이 양적 완화 정책을 이어가는 각국 중앙은행에 쓴소리를 했다. 8년간의 통화 팽창 정책으로 누적된 각 경제주체들의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서울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예금보험기구(IADI) 15차 연차총회에 마지막 기조연설자로 나선 화이트 의장은 "저금리와 통화팽창 정책으로 전 세계 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포인트 이상 더 성장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해왔다.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경제주체들이 돈을 쓰게 만들고 이를 통해 수요가 증가하면 자연히 투자도 증가하는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중앙은행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저금리에 부채를 늘려 온 이들이 어느 순간에는 지출할 수 없는 순간에 도달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 상황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도 지갑을 닫고 있다. 저금리에 인구 고령화가 겹치면서 개인들도 은퇴 이후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저축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기업들도 생산능력일 키울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다.

화이트 의장은 "'패닉'의 냄새를 맡기 시작한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고 결국 중앙은행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면서 "(양적완화가 지속된) 8년은 너무 긴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접고 통화정책을 정상화 하기 시작하면 '부채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로 지적했다. 또 재정이 취약한 일부 국가들은 역으로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국제결제은행(BIS)는 미국인이 아닌 경제주체들이 보유한 달러표시 대출이 10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중 신흥국이 보유한 것이 3조5000억~4조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만약 미국의 금리 정상화로 채권금리가 치솟고 '안전통화'인 달러로 자산이 몰리게 되면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과대평가된 자산들의 '버블'이 꺼질 수 있다는 것.

역으로 정부가 과도한 부채를 가진 국가들은 긴축정책을 펼치고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플레이션을 붙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그는 앞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빠진 짐바브웨와 일부 남미 국가들의 예를 들었다.
'비유동성'이 아닌 '부실' 문제는 중앙은행에 의존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현재의 양적완화 기조가 중단될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화이트 의장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가 중단되고 현재의 부채가 상환될 때 우리는 정리정돈된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상환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재정 여력이 있는 정부는 이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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