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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미래형 컨테이너 터미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3 17:05

수정 2016.11.03 17:05

[여의나루] 미래형 컨테이너 터미널

화물 수송과 물류비 절감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다준 철제 박스 컨테이너가 출현한 이후 세계 물류 운송은 눈부신 진화를 이뤘다. 1966년 미국 시랜드사가 최초로 북대서양항로에 풀컨테이너선을 투입한 이후 기존 재래식 운송에 비해 시간, 공간 및 비용의 획기적 절감을 가져온 컨테이너 수송방식은 공급사슬 전반에 걸쳐 혁신을 가져왔다. 이후 해상화물이 빠르게 컨테이너화되면서 컨테이너 전용선박 대형화도 함께 이뤄졌다.

1968년 20피트(약 6m) 컨테이너 1000개를 싣는 1000TEU급 컨테이너선박 운항 이후 10년 만에 3000TEU급으로 3배 증가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8000TEU를 넘어섰다. 이후 기술적·경제적 한계를 극복하며 1만TEU급 선박이 등장하고 2013년에는 경제성, 에너지효율성, 환경성 등 세 가지 장점(트리플-E)을 구비한 1만8000TEU급 선박이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컨테이너선이 초대형화돼도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떻게 터미널의 생산성을 높이느냐다.
초대형 선박이 한 번에 싣고 내리는 800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24시간 내 처리하려면 터미널 생산성을 30~40% 이상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나 컨테이너 터미널 생산성은 컨테이너를 하역해 야적장에 적재하기까지의 전반적 물류흐름에 달려 있다.

기존 하역시스템은 선박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부두에 내리면 차량이 컨테이너를 야적장까지 운반하고 이를 야드 크레인이 야적장에 단계적으로 적재한다. 따라서 하역, 이송 및 야적장 적재까지의 컨테이너 흐름을 최적화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하면 터미널 생산성 향상은 어려워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주요 항만국가들은 '신개념 컨테이너 터미널'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세계적 권위의 해운 물류 학술행사(LOGMS 2016)에서는 신개념 항만 운영 사례의 소개와 토론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례로 터미널 자동화가 가장 앞선 네덜란드를 비롯해 호주,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사람이 운전하던 이송장비를 완전히 자동화하고 부두에서 야적장까지 컨테이너 이동을 단순화해 물류흐름을 개선하고자 하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아직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로봇과 공중 이동 자동화장비 등을 도입, 이송·야적 방식을 기존과 완전히 차별화한 신개념 터미널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구소, 대학 및 기업이 함께 참여해 기존 이송차량 및 야드 크레인 대신 공중 레일에 달린 최첨단 셔틀을 이용해 대량의 컨테이너를 일시에 선박에서 야적장으로 이송·적재할 수 있는 오버헤드셔틀 시스템(Overhead Shuttle System) 기반의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 기술개발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2단계 시험사업(Test-bed)을 추진할 예정이다.

선박의 초대형화는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주요항만 간 대형선사 유치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선박 대형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항만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미래 컨테이너 터미널의 성패는 로보틱, 완전 자동화로 대표되는 최첨단의 '지능형 항만 물류시스템 기술개발'에 달려 있다. 모두가 긴장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터미널 개발 및 선점을 위한 경쟁이 미래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진 전 한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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